한석우 리비아 트리폴리 코트라 무역관장이 피랍 사흘 만에 비교적 단시일에 풀려난 배경에는 리비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주리비아 한국대사관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는 이날 오후 5시께 트리폴리 모처의 납치범 거처를 보안군까지 투입해 전격 급습했다.
납치범 4명 등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한 관장은 무사히 풀려났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리비아 공안당국이 우리 측이 제공한 피랍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와 자체 보유 정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 납치범 신원과 위치를 파악하고 설득과 위협을 병행한 작전을 효과적으로 실시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리비아 측은 한 관장 안전을 확보한 채 별다른 저항 없이 납치범들을 체포했다"면서 "현장에서 화기를 이용한 우발적 교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 관장 구출 작전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성공리에 끝났다.
한 관장은 피랍 후 신체 자유가 박탈된 가운데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랍 기간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당하지는 않았으며 현재 현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부는 그러나 구체적인 구출 과정 등은 전하지 않았다.
리비아 정부와 납치 세력의 협상 국면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트리폴리 현지에서는 전날 오후부터 한 관장 석방설이 처음 나돌기 시작했다.
리비아의 한 경찰 간부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석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고 리비아 소식통이 당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리비아 정부가 납치 세력 소재를 파악했으며 한 관장 신변도 안전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리비아 정부와 납치 세력의 교섭도 본격적으로 이뤄진 형국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다음 날 "신속하고 안전한 귀환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현재로는 어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를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석방 임박설에 대해 사안 성격상 금방 해결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정부 내에서는 우세했다.
리비아 현지에서도 "한 관장이 조만간 풀려날 것 같았지만, 석방 과정에서 마무리가 안 됐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그러다 이날 오후 군까지 동원한 리비아 정부의 전격적인 납치범 체포로 사건이 종료됐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리비아의 구출 작전이 이같이 전격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는 것을 전날 저녁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였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구출작전에 리비아 보안당국이 참여했다고 설명, 리비아 정보당국 등의 참여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리비아 정부가 사건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현지에 급파된 우리 외교장관 특사도 리비아 정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에 대비해 현지 인맥을 동원해 관련 정보와 협조를 확보하는 노력을 병행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몸값 요구설에 대해 외교부는 `납치범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일절 돈을 건네지 않은 채 조속하고 원만히 해결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납치세력을 치안이 불안하고 많은 이들이 무기를 소지한 상황에서 생겨난 군소 무장단체의 일원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납치 동기에 대해서는 "특정 한국인을 노린 것 같지 않다"며 "한 관장이라는 특정 인물을 겨냥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지 매체인 트리폴리포스트 인터넷판은 "납치범들은 정치적·이념적인 동기가 아니라 자신들의 실업 상황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려 했던 젊은이들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비아 정부는 납치에 가담한 4명을 모두 붙잡았고 공범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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