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 카트리지(바늘)가 레코드의 골을 따라 움직이자 고(故) 유재하의 명곡 ‘지난날’이 생동감 넘치고 차지게 흘러나왔다. 실로폰과 스트링 소리는 볼륨감이 뚜렷했고 드럼 스틱의 타격은 힘이 넘쳤다. 오는 22일 씨엔엘뮤직을 통해 1천 장 한정판으로 발매되는 유재하 1집의 고음질 LP는 앞서 비교 청취를 위해 들려준 CD의 사운드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1일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2층에서 열린 청음회에서 고음질 LP는 독일 ‘어쿠스틱 솔리드’턴테이블, 미국 ‘에어리얼 어쿠스틱’ 스피커를 통해 생생하게 터져나왔다. 이번 고음질 LP는 기존 1집 LP의 재발매가 아니라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가 가진 사운드를 구현하자는 목표로 제작됐다. 1987년 1집이 발표된 지 26년 만에 제소리를 찾게 된 셈이다. 씨엔엘뮤직은 유족이 보관하던 1집의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의 원음을 되살리 위해 데이터를 추출한 뒤 디지털 처리 작업을 해 새로운 아날로그 테이프에 옮겨 담았다. 기존 LP가 초당 15회 감기는 속도라면 이번엔 초당 30회 감기는 릴 테이프를 이용해 또 하나의 마스터 테이프를 완성한 것이다. 이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에밀 베를리너 스튜디오에서 원판 커팅(소리골을 깎아내는 과정) 작업을 하고 독일 오디오파일 음반제작 전문 회사 팔라스에서 프레싱을 거쳐 180g LP로 완성됐다. 씨엔엘뮤직 최우석 부장은 “1987년 CD와 LP 제작 과정에서 원래 레코딩 보다 곡 길이가 늘어지고 사운드도 반주 디테일이 죽어 목소리 중심으로 남아있다”며 “부정확한 소리를 원래대로 맞춰 원음 사운드에 접근하는 취지여서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의 보존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들려준 ‘텅 빈 오늘밤’과 ‘우리들의 사랑’은 CD의 사운드와 확연히 달랐다. 유재하의 나른하고 감미로운 음색이 또렷하면서도 기타, 드럼, 베이스 등의 소리는 마치 바로 옆에서 연주하듯 명쾌했다. 템포도 균형을 찾아 일부 곡은 기존 CD와 LP에 담긴 곡과 3~5초, 20초씩 러닝 타임의 차이도 보였다. 특히 이번 LP에는 유재하가 생전 부른 돈 맥클린의 ‘빈센트’(Vincent)가 처음 수록됐다.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이 곡은 유재하가 홈레코딩으로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곡으로 팬들은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지 26년 만에 미공개곡을 듣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기타 솔로 연주로 부른 이 곡은 유재하의 천진한 음색과 기타 줄 튕기는 소리까지 생생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