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9일 개관한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안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역사 내 플랫폼 바로 옆에 있는 귀빈용 대합실 일부를 개조해 만들어졌다.
기념관 입구는 하얼빈역의 옛 입구 모습을 축소한 모습으로 꾸며졌다.
입구 외부 벽면에는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시간에 맞춘 `오전 9시30분`에 고정된 대형 벽시계가 걸렸다.
안 의사의 의거를 영원토록 기억하자는 의미로 보이는 이 장식에서 이번 기념관 설치를 준비한 중국 측의 세심함을 읽을 수 있다.
이날 오후부터 일반에 무료로 개방된 하얼빈역 안 의사 기념관의 규모는 100여㎡에 달한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 바로 옆에 배치된 안 의사의 흉상과 동양평화론에 대한 소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안 의사가 옥중에서 집필한 동양평화론에 대해 기념관 측은 "당시 안 의사의 구상은 특정국가의 이익을 벗어나 지역경제공동체와 블록경제론, 공동방어론을 주장한 것이었다"는 해석을 달아놨다.
기념관에는 "안중근은 조선반도 근대사에 저명한 독립운동가로, 1879년 9월 2일 현재의 조선(북한) 황해도 해주부에서 태어났다"는 설명을 시작으로 안 의사의 가족관계와 가정교육, 신앙 등 유년기에 대한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이어진 양쪽 벽에는 군국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일제 침략기의 시대적 상황과 안 의사가 의거를 준비한 `하얼빈에서의 11일 행적`을 여러 장의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곁들였다.
또 의병 투쟁과 단지동맹, 최후의 유언 등 안 의사가 일제에 의해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할 때까지 평생에 걸친 업적과 사상을 조명한 각종 사진과 사료가 전시됐다.
이들 전시물은 대부분 중국어와 한국어로 병기돼 있다.
중국 측은 기념관 안의 잘 보이는 벽면에 `동양평화의 창의자`라는 설명을 단 안 의사의 사진을 걸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기념관 안에서는 관람객들이 통유리창 너머로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를 잘 볼 수 있다.
그동안 처음 방문한 이는 무슨 뜻인지 모를 삼각형 모양의 타일만이 플랫폼 바닥에 깔렸던 저격 현장도 눈에 띄게 변했다.
중국은 이번에 안 의사 기념관을 새로 설치하면서 저격 현장 위에 "안 의사 이토 히로부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설명 문구를 내걸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저격은 플랫폼에서 했는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표지석을 세우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며 "대신 잘 보이는 곳에 기념관을 설치하고 (바닥) 표지 위에 `격살` 설명을 달아 놓고 조명까지 설치했다"고 말했다.
기념관의 관람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로 결정됐다.
기념관은 세계 3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하얼빈 빙설축제를 즐기려는 내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시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하얼빈역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앞으로 귀중한 역사교육장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념관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안 의사 기념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매주 월요일만 휴관하고 연중 무료로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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