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이 정도로 규율이 잘 지켜지는 팀은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선수들의 기량은 유럽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사상 철 원정 8강 진출에 힘을 보탤 안톤 두 샤트니에(56·네덜란드) 코치를 1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전지훈련지인 브라질 포즈 도 이구아수시의 버번 호텔에서 만났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된 뒤 김태영, 박건하, 김봉수 코치를 영입해 코칭스태프의 기본 골격을 마련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를 불러들였다. 여기에 이달 초 두 샤트니에 코치를 `6인 체제`의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영입했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본선 상대국의 전력 분석을 주로 맡는다.
◇한국축구, 벨기에·러시아에 뒤진다? “노(No)!” = 대표팀은 지난 14일부터 엿새째 해외 전훈을 소화하는 중이다. 두 샤트니에 코치에게는 태극전사들을 직접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다.
조금씩 세계 축구의 중심부에 진입하고는 있지만 한국이 축구의 본령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아직 기량과 체격 면에서 크게 열세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매일 1∼2차례씩 훈련을 치르며 선수들의 특징과 기량 파악을 어느 정도 끝낸 두 샤트니에 코치는 "한국이 벨기에, 러시아에 비해 피지컬(체격)과 힘에서 뒤지지 않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로 K리그와 J리그 오프시즌 중 전훈에 들어갔는데도 일부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자 두 샤트니에 코치가 한동안 "매일 깜짝 깜짝 놀라더라"는 게 홍 감독의 귀띔이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물론 체격에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중앙수비수 두 명은 장신에다 160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의 뛰어난 압박 능력을 잘 사용한다면 충분히 누를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특히 대표팀의 왼쪽 풀백 김진수(니가타)와 어느새 간판 공격수로 자리잡은 김신욱(울산)의 기량을 높게 평가했다. 염기훈(수원)와 김민우(사간 도스) 등 왼쪽 측면 공격수들도 뛰어나다고 했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김진수는 잠재력과 재능이 매우 크고 김신욱은 공격수로서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수"라며 활짝 웃었다.
◇“유럽 강팀 꺾으려면 영리해져야” = 다만 그는 다만 한국이 좀 더 영리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예로 들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유럽파와 국내파 최상의 멤버를 가동시켰다.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며 선전했지만 결과는 0-2 패배였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그날 한국은 템포 조절에 실패했다"면서 "전반전 끝나기 3분 전에도 계속 앞으로 나가려고만 하다 보니까 네이마르에 프리킥 골을 내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언제나 빠른 템포로만 경기를 풀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가끔은 패스를 돌리면서 템포를 죽일 필요도 있다"며 선수들이 `머리를 쓰는 플레이`를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로 이 점이 홍 감독이 두 샤트니에 코치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다. 상대의 특성을 알아야 그에 맞게 대응해가며 영리하게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벨기에와 인접한 네덜란드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었고 최근까지는 러시아 축구를 경험한 그는 본선에서 맞붙을 벨기에와 러시아를 겨냥한 홍 감독의 `책사`나 마찬가지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전훈 뒤 네덜란드에 머물면서 유럽에서 뛰는 태극전사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국 전력 분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벨기에는 직접 방문해 선수들을 관찰하고 러시아는 수년간 쌓은 인맥을 활용한 `저인망식` 수집으로 정보를 쌓겠다"고 계획을 설명했다.
알제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미 대한축구협회 등을 통해 확보한 경기 영상을 바탕으로 점차 정보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한국행 결정 계기는 ‘히딩크의 한 마디’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수비수로 뛴 두 샤트니에 코치는 2008∼2011년까지 위트레흐트의 사령탑을 맡았고, 2012년에는 러시아 안지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돕는 코치로 활동하며 홍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홍 감독에게서는 지난해 중순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어느새 친분이 깊어진 홍 감독의 부탁이었지만 한국은 그에게 너무 낯선 땅이었다.
마침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는 네덜란드 AZ알크마르와 우크라이나 명문 디나모 키에프에서도 함께 일하자는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그래서 두 샤트니에 코치는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으로 가면 지도자를 향한 선수의 충성심이 높고 훈련 집중도도 높아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추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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