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스포츠는 잠을 설쳐도 좋고 식사를 걸러도 괜찮을 만큼 생활 속 즐거움의 한 ‘모드’로 자리 잡고 있다.
또 국민들 다수는 자신이 관심을 갖는 한 종목쯤은 박사수준(?) 만큼의 지식과 정보를 갖고 이를 즐긴다. 하지만 이면에 찌들게 녹슬어 존재해온 병폐에 대해서는 구구절절이 아는 바는 없다.
화려한 외형에 감춰진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행해온 수 십년간의 관행에 관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드디어 수술대에 올랐다.
스포츠는 신선한 것이라는 명분에 가려져 그동안 음지에서 수 십년간 싹이 튼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대수술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8월부터 4개월간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시도 체육회, 시도 생활체육회, 시도 장애인체육회 및 중앙·시도 경기단체 등 전국 2099개의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그동안 썩고 병든 환부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대한야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배구협회, 대한공수도연맹, 대한씨름협회, 대한복싱협회, 대한레슬링협회, 경기도태권도협회, 울산시태권도협회, 패러글라이딩연합회 등 10개 단체가 비위에 연루돼 환수조치는 물론 수사로 까지 확대되는 입장에 처했다.
이유는 조직을 사유화하고 심판운영을 불공정하게 했고, 회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횡령까지 서슴치 않았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겉치장 내면에 오래토록 갈아입지 않아 온 속옷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시절 필자는 엘리트 운동선수로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70~80년대 초ㆍ중ㆍ고, 대학을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당시 운동선수의 최고 목표는 국가대표였고 국위선양은 선수로서 최고의 가치관이었다.
먹거리가 충분치 않았던 그 시절에는 삶은 고구마도 간식이었고 수박화채는 고급 음료수였다. 초ㆍ중학교 시절 포항에서 대구로 시합이라도 갈라치면, 연세 많은 감독님은 차비를 아껴 완행열차를 선택했고 시 협회는 작지만 경비라도 보태 우리들을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삶이 넉넉해지고 경기는 이기만만을 추구해온 사이 스포츠는 선수의 기능보다는 감독과 협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필요로 했고, 이는 곧 편파판정으로 이어져 결국엔 돈의 마수에 물들어져 갔다.
여기에다 각 지자체는 복지예산 만큼이나 체육발전이라면 힘을 보탰고, 장기집권으로 견제 받지 않는 체육관련 세력들은 본연과는 달리 단체를 사유화하기에 이르러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판단된다.
시대가 바뀌면 제도로 그에 맞게 바뀌어야한다.
관행은 문제는 있으나 오래전부터 문제 삼지 않아 왔기 때문에 지금도 통한다는 뜻과도 같은 것으로 안다.
스포츠는 깨끗한 그릇에 담는 물과도 같다. 그릇이 깨끗하지 않으면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담는 순간 오염수가 된다.
정부가 최근 체육계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선언하고 묵은 때를 벗기려 팔을 걷어붙였다. 그리고 매서운 사정의 칼날로 환부를 도려내고 있다.
체육관련 각 단체는 새 그릇으로 다시 만들어져 이제는 깨끗한 물을 담아야 될 때라고 본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