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헌법에서 이슬람주의 색채를 줄이고 군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개헌 국민투표가 14∼15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지난해 7월 군부에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여전히 국민투표 자체를 거부하고 있지만 무르시 축출을 지지한 상당수 국민이 찬성투표를 할 것으로 보여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커 보인다.
나아가 군부의 실력자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국방장관 측은 이번 국민투표의 찬성률을 그의 대선 출마 지표로 삼으려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엘시시 장관은 11일 공개적으로 "이집트 역사에서 결정적 순간에 있으며 그 결과를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이번 투표의 의미를 강조했다.
개헌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군부의 권한을 확대한 점이다.
새 헌법은 대통령이 앞으로 8년간 국방장관을 임명할 때 군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국방장관이 군 출신 인사이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나아가 군 예산은 대통령과 총리, 국방장관이 포함된 국방위원회가 논의하게 했으며 이를 승인하는 주체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민간의 감시를 받지 않도록 했다.
민간인도 군사시설이나 군기지, 국경, 군인을 향해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했을 때에는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게 했다.
반면 이슬람의 영향력은 축소됐다.
우선 서문에서 `민간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민간 정부는 종교정부나 군사정부가 아님을 가리킨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나아가 `세속주의 정부`를 뜻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2조에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원칙이 입법의 주요 근간이라고 명시는 했지만 이에 관한 세부 규정은 삭제했다.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역할도 헌법에서 없앴다.
이슬람교를 포함해 종교를 기반으로 한 정당의 설립은 금지됐다.
이에 따라 이슬람 최대 조직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살라피스트가 만든 알누르당은 총선에 참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교의 자유는 종전에는 `보호받는다` 수준에서 `절대적이다`라는 표현으로 격상됐다.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는 의회가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뒀다.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할 수 있지만 의회가 거부하면 다수당이 지명하는 후보자를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
또 의회가 대통령을 불신임하고 조기 선거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여성 등의 인권 보장 규정도 포함했다.
국가가 여성을 폭력에서 보호하고 입법·사법·행정 기관에서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노예제·성매매·인신매매·강제 이주 금지와 국제법 준수 규정도 포함됐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번 개헌 투표를 앞두고 반대투표 운동을 벌인 활동가가 체포됐다는 보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12일 엘시시 장관과 통화에서 "이집트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투표할 기회를 얻어야 하고 국제·국내적으로 투표절차를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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