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는 새 앨범이 팬들과 함께 즐길 ‘축제’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27년 만에 원년 멤버가 뭉친 앨범 ‘들국화’는 발매 한 달여를 앞둔 지난 10월 주찬권(드럼)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슬픈 잔치가 됐다.
밴드에서 전인권(보컬ㆍ60)과 최성원(베이스ㆍ60)의 투닥거림을 조율해준 주찬권의 빈자리는 꽤 컸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들국화의 잰걸음도 멈춰버렸다.
“앨범 내고서 이렇게 돼 허전하고 허탈한 기분이에요. 아무렇지도 않던 (주)찬권이가 갑자기 떠나니 빈자리가 크죠. 그 친구가 없으니 저와 (최)성원이가 어색해졌어요. 찬권이 삼우제(三虞祭) 때 얘기하며 뜻이 다른 걸 알게 됐고 이후 못 만났네요.”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전인권은 담담하지만 가감 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갈색 선글라스 사이로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팀 해체라고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속내와 상황은 충분히 읽혔다.
“해체란 말은 불편해요. 이별은 더 싫고요. 지금은 남은 둘이 팀에 대해 절실하지 않아요. 힘들고 절실하면 우린 빛날 정도로 어울리는데…. 하지만 일회용으로 돈 좀 벌자고 그럴(활동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우리가 음악적으로 다정해지는 것도 현재로선 어렵고요.”
음악계에선 ‘한국의 비틀스’로 불리는 들국화에서 전인권과 최성원을 존 레논(보컬 겸 기타)과 폴 매카트니(보컬 겸 베이스)에 비유해왔다.
레논과 매카트니에겐 불화설이 따라다녔지만 매카트니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를 일축했다.
전인권도 “밴드는 사소한 것부터 음악적인 견해 등 안 다투는 팀이 없다. 싸우면서도 붙어서 해내는 게 밴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린 구심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못 찾고 있다”며 “언젠가 둘이 친해질 수 있는 것이고 무지 절실해질 수도…. 오는 10월 찬권이 1주기 추모 공연을 위해 8~9월께는 (제주에 사는 성원이를)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들국화는 그간 멤버들이 각자 음악을 해온 터라 전인권은 젊은 친구들과 ‘전인권밴드’를 결성해 이르면 3~4월께부터 활동을 이어간다.
들국화 앨범에 대한 후배들과 팬들의 아쉬움이 커 작은 공연장에서 이번 신곡도 노래할 계획이다. 또 자신이 만들어둔 미발표곡 8곡 중 남미 록 스타일의 밝은 곡 ‘사람답게’를 전인권밴드의 싱글로 낼 계획도 갖고 있다.
“멤버들은 25살, 30살 차이가 나요. 요즘 젊은 친구들의 실력은 눈부시죠. 우리와 다르지만 힘이 있습니다.”
그는 지산록페스티벌(2012), 펜타포트록페스티벌(2013) 등에서 공연하며 젊은 세대와의 교감에 매력을 느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