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에 대해 상기시켜 준 점 감사드립니다. 귀하(반크)의 이메일을 읽고서 직지와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향상시켰습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는 새해부터 희망의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정보의 역사를 정리한 사이트 `동굴벽화에서 인터넷까지`(www.historyofinformation.com)의 관리 담당자. 그는 반크가 현존 세계 최고(最高) 금속활자인쇄본인 직지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 보낸 이메일을 받고, 그동안 사이트에 빠졌던 직지에 관한 정보를 추가한 뒤 답장을 보낸 것이다.
이 사이트는 반크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과 중국 비셩(畢昇)의 활자인쇄술 발명만을 소개했다.
10일 현재 이 사이트에는 "1377년 간행된 직지는 고려 승려 경한(景閑)이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엮은 책으로, 청주목의 교외에 있었던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인 주자로 찍어냈다"고 기술됐다. 현재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의 사진도 게재돼 있다.
반크는 지난해 직지와 금속활자를 비롯한 인쇄물과 인쇄문화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 각국의 103개 사이트를 전수 조사해 직지에 대한 오류를 찾아 바로잡고, 직지에 대한 설명이 빠진 곳은 사이트 담당자에게 직지를 홍보하는 등 `온·오프라인 직지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핀란드의 `GB times`라는 사이트도 "반크가 직지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면 해당 게시판에 업데이트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밖에도 5개의 사이트가 반크에 이메일로 긍정적인 내용의 회신을 보내면서 `직지가 확실히 1377년에 인쇄됐는지`, `대량으로 남아 있는지` 등에 대해 물어오기도 했다.
한 사이트는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해 직지에 관한 내용을 반영할 수 없다"고 분명한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반크는 이달 안에 직지의 세계사적 가치를 담은 추가 서한을 2차 발송할 예정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서양만 놓고 본다면 1455년에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가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이기에 세계 최초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우리의 직지는 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서 금속활자술로 인쇄된 현존 세계 최고라는 점을 알리고자 최근 제작한 직지 홍보 영상 `직지와 마틴 루서 킹`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동영상은 대부분 사람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로 노벨상을 탄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떠올리지만, 그의 행동을 있게 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는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스토리를 전개한다.
파크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비록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을 있게 한 도화선이 됐듯이,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해 구텐베르크와 42행 성서를 대부분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기억하지만 금속활자의 시작에는 바로 직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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