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미국 여야 정치권의 대권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해가 될 전망이다. 2016년 대선까지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일찌감치 ‘돈’과 ‘사람’을 끌어모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두려는 물밑경쟁이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지지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에 따라 여야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은 선거 지원유세를 명분으로 사실상의 대권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AP통신은 지난 3일 “잠룡들은 지금 은밀히 기부자들을 모으고 조직을 구축하는 단계”라며 “뉴햄프셔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대선 경선 초반의 판세를 가를 지역을 골라 ‘탐색적’투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민주ㆍ공화 양쪽의 대권지형은 무척 대조적이다. 민주당은 초기 대세론을 형성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독주하는 구도지만 공화당은 뚜렷한 유력주자가 없는 가운데 다양한 배경의 ‘뉴 페이스’들이 등장해 경합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판도는 아직 유동적이다. 중간선거를 비롯한 올 한해 정치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당 내외의 변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그림이 새롭게 그려질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민주당 대권게임의 ‘상수’는 클린턴이다. AP통신은 “많은 민주당원은 클린턴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언제든지 통치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민주당 내에서 클린턴이 차지하는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폭스뉴스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대선후보 가상 지지율 조사에서 클린턴은 68%을 기록해 2위인 조 바이든 부통령을 56%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클린턴은 특히 올 한해 대권 길 닦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치색을 탈피한 전국 순회강연에 치중했던 클린턴은 올 봄 국무장관 시절의 ‘비망록’을 출간해 전국을 돌며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태드 데빈은 “클린턴은 재선에 나서는 현직 대통령처럼 강력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견고해 보이는 듯한 클린턴의 아성도 ‘수성’을 안심하기는 이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그와 ‘한 묶음’으로 인식되는 클린턴의 지지율도 흔들릴 소지가 있고 이 경우 당내 반대파를 중심으로 비관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당내 중도온건파와 강경파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클린턴에게 돌아갈 수 있다. 현재 당내에는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 드발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 브라이언 슈바이처 몬태나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등 잠재적 주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만일 클린턴이 대권의 꿈을 접는 ‘이변’이 발생한다면 민주당 경선구도는 이들을 중심으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부통령이 클린턴의 정치적 자산을 ‘승계’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직력이 강한 오말리 주지사나 자금력이 풍부한 쿠오모 주지사가 강력하게 도전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당내에서 여성과 흑인층의 지지를 얻는 엘리자베스 워렌(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대권도전 의사가 없다고 밝히지만 클린턴이 퇴장하면 출마압박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올해 공화당의 대권판도는 ‘혼돈’과 ‘무질서’로 특징지어질 전망이다. 우후죽순 격으로 도전장을 내민 잠룡들이 각양각색의 정치 슬로건을 내걸고 각개약진하는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가장 앞서 있는 주자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대표선수인 클린턴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이겨 ‘본선경쟁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CNN과 여론조사기관인 ORC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2월 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크리스티 주지사는 대선 가상 지지율이 48%에 달해 클린턴(46%)을 눌렀다. 지난해 11월 재선에서 압승한 것이 지지율을 끌어올린 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인해 전통적 보수층이 호감을 갖는 인물이다. 같은 플로리다를 지역적 기반으로 하면서 이민개혁을 주창하는 히스패닉계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주목할 잠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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