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은 항상 포항시 인구가 53만임을 강조하면서 이것이 자신들이 추진해온 각종 사업의 성과인 것처럼 과시한다.
영일만 신항 개항, 영일만 배후공단 조성과 입주, 각종 기업과 투자유치의 성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되풀이해서 자랑한다.
수치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은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니 듣는 사람들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체감하는 경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인데도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의 인사말을 들어보면 마치 포항은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
인구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도시관리계획도 2015년 전후 인구를 75만명으로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세워졌다고 한다. 아직 보상을 위한 감정과 평가조차 마치지 못한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가 완공되면 인구가 20만명이나 늘어날 것이라 장담하기도 한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넘쳐 할인분양을 하는 통에 먼저 분양받아 입주한 주민들이 항의를 하는 분쟁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 인구가 조만간 20만 가까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시장이나 국회의원들 말대로 포항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늘어나고 있다면 그 원인이 정말 국책사업이나 공장, 기업유치의 성과일까?
2009년 말에서 2010년 말까지 1년 동안 포항시 인구는 내국인 기준으로 1,412명 증가하였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분명히 인구는 증가하였다. 이 기간 동안 포항에서 출생은 4,587명이고 사망은 2,801명이었다.
출생이 1,786명 더 많다.
포항의 인구는 틀림없이 1,412명이나 증가했지만, 출생과 사망의 차이인 자연증가 인구 1,786명보다 374명이나 적은 수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10년 한 해동안 적어도 374명의 인구가 포항을 빠져나갔음을 의미한다.
외지에서 포항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더 많았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수치이다.
이런 현상은 2010년 한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올해도 마찬가지이고 10여 년 전부터 한해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일관된 현상이다. 포항시의 인구통계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포항으로 전입해 들어오는 인구보다 전출해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인구가 더 많은데도 과연 포항의 인구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해도 괜찮은 것인가?
현재 포항인구가 외국인까지 모두 포함하면 53만에 육박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것이 시민들에게 포항이 잘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오히려 인구통계는 포항의 성장잠재력이 고갈되고 있으며 아직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포항으로 전입되는 인구보다 다른 지역으로 전출되는 인구가 많은 것이 명백한데도 시장과 국회의원은 마치 많은 국책사업과 기업유치 성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이것은 시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포항의 성장잠재력이 다해서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보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거짓을 늘어놓으며 시민을 속이고 있는 포항의 지도자들로 인해 포항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현실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마약이 환자의 고통을 잠시 동안 잊을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근본치유책이 아니듯이 현실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호도하면 현실을 개선해 나갈 수 없다.
희망과 힘을 주는 미래 비전은 냉정한 현실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실을 호도하고 속여서는 희망과 힘을 주는 비전이 나올 수 없다.
오히려 절망과 좌절을 가져다 줄 뿐이다.
지역사회 어디를 가도 모두들 힘들어 하고 있다. 점점 먹고 살기 힘들고 자식 공부시키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현실의 개선은 정확한 현실인정에서 시작한다. 거짓과 속임수 위에 그 어떤 미래도 설계할 수 없다.
포항의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인구를 가지고 장난하지 말았으면 한다.
허대만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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