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의 수련 목적은 세상에서 잘 사기 위해서입니다. 열심히, 잘 살 수 있다면 종교도 필요없겠죠. 지금까지 거쳐 간 사람이 1천 명이 넘지만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열 명 남짓이에요."
남해의 작은 섬에서 간화선 명상수련원을 운영하는 불교학자 장휘옥(63·여) 씨는 수련원에 오는 이들에게 밖에서 잘 살 수 있다면 다시 오지 말라고 한다.
수련도, 수행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하는 거란다.
"대학생들이 출가하겠다고 오면 학교를 졸업하고 오라고 돌려보내요. 욱하는 기분에 출가하면 나중에 다시 환속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거든요."
최근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도서출판 이랑)란 책을 펴낸 장 씨는 2일 출간간담회에서 "사회에 나가 부닥쳐보고 `정말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그때 출가해도 늦지 않다. 그때 다시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선 수행을 가르치지만 한동안 극심한 대인공포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자살까지 시도했다.
이 책은 저자의 진솔한 삶의 기록과 불교학자와 선 수행가로서 자유로운 삶을 얻기까지 공부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10대 때 자살을 시도했던 장 씨는 사범대학 졸업 후 동국대 편입을 시작으로 불교 공부에 들어섰다.
일본 도쿄대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딴 뒤 모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2001년 모든 걸 내려놓고 동료 김사업 교수와 통영 앞바다의 오곡도에 간화선 수행 전문도량을 세웠다.
교리 공부로는 갈증이 가시지 않았던 장 씨 등은 세계의 명상 수행처를 찾아 수행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일본의 임제종. 그러다 보니 주류 불교 종단인 조계종 선승들로부터 "일본의 선을 들여왔다"는 공격을 받는다.
장 씨는 "한국은 일본 불교를 모조리 싸잡아 무시하지만 임제종은 당, 송, 원을 거쳐 내려오는 중국 불교의 간화선 수행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찰의 선방은 따뜻하게 군불을 때고 간화선도 변형이 많이 된 반면, 일본의 경우 한겨울에도 온기 하나 없는 선방에서 창문을 열어놓은 채 스님들이 맨발로 수행한다.
특히 일본 간화선에는 일대일 선문답을 통한 혹독한 가르침인 `독참`(獨參)도 남아 있다고 장 씨는 강조했다.
그가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절망을 안고 수련원에 들어왔다가 나간 이들이 희망을 품고 삶의 현장에 복귀하는 걸 보는 일이다.
장 씨는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며 "직접 만나 얘기해보면 죽지 않을 방법도 찾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어떻게 좋은 날만 있겠습니까. 순간순간 몰두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매일매일을 좋은 날로 만드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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