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갑오년 새해 첫날인 1일 이른바 `예산 끼워넣기` 의혹을 놓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해를 넘겨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 데 이어 철저한 확인 작업도 없이 서로 `지역구 예산`을 몰래 끼워넣었다며 무책임한 폭로공방을 벌이는 등 정치권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가정보원 개혁법안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며 뒤늦게나마 순조롭게 의안을 처리해가던 본회의는 이 문제로 정회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논란의 대상은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으로 정부에서 250억원이 편성됐고 국회를 거치며 130억원이 증액됐다.
이 증액분을 놓고 국회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대구에 인접한 경북 경산·청도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끼워넣기`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점화시켰다.
최재천 의원은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신규사업으로 새 비목(費目)을 설치하려면 소관 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은 국토교통위 동의를 못 얻었다"며 `불법증액`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예결특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기존 사업인 80억원에 50억원의 재원을 보태 총 130억원을 증액한 것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한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최 원내대표 지역구 신규사업인 `대구지하철 1호선 하양 연장` 예산은 국토위의 `반대`로 아예 반영되지 않았고,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은 2009년부터 진행된 별개의 사업으로 상임위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50억원은 최경환 원내대표 지역구가 아닌 옆 지역구 지하철 예산"이라고 말했다.
예결위 간사간 `진실 공방`은 결국 양당의 무차별 폭로전으로 번졌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예결위에서 국토교통위에 동의를 신청했는데 민주당 소속 주승용 국토위원장이 지역구 예산 5개와 바꾸자고 했다"면서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어 신규예산 반영을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주승용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문제의 예산을 `계속사업`이라는 논리를 들어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은 여권 실세의 지역예산 챙기기"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본회의장에서 공식 사과하는 선에서 수습됐고 본회의는 3시간 40분 만에야 겨우 속개됐다.
최 원내대표는 신상발언을 통해 "비슷한 이름으로 2009년부터 진행돼오던 사업에 50억원이 배정된 것으로, 지역구와 관련된 신규사업은 깨끗하게 포기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예산 처리 과정에서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을 겨냥, 김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안동에 산림 휴양 녹색공간 조성사업 예산 1천457억원이 증액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대목도 논란이 됐다.
그러나 1천457억원의 예산은 국내 휴양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산림청 소관 예산으로 밝혀졌고, 이 중 안동 지역 예산은 애초 배정분이 30억원이었으나 이마저도 27억원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광림 의원은 예산안 처리 후 신상발언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정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정 의원은 본회의 도중 김 의원의 자리로 와서 "내가 (예산항목을) 잘못 봤다"며 유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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