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난 말들은 불길처럼 나폴나폴 살아나서 형태를 갖추게/ 되자마자, 여직까지는 공허했던/ 나의 눈의 전세계(全世界)를/ 꽉 채웠다, 완전무결한, 불타는 듯한/ 말들은, 열 개의 신(神)들처럼, 깨끗한 커다란 발굽으로 걸어 나왔고, 그들의 갈기는 순결한 은관(恩冠)의 꿈을 연상케 한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 `말(馬)들` 일부)
다가오는 새해는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다. 말 중에서도 가장 진취적이고 활달하다는 청마(靑馬)의 해다.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는 새해를 맞아 특별전 `청마시대`(Blue Horse)를 연다. 말과 친숙한 한국과 몽골, 호주 등 3개국 작가 28명이 말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 70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굵고 과감한 필획으로 대상을 재구성하거나(황창배) 전통자개의 기법을 이용하는(장동문) 등 말이 주는 본질과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주력한다.
이에 비해 몽골은 칭기즈칸의 후예답게 역동적이고 우직한 말의 모습을 담아냈다. 다소 투박한 듯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붓질로 유목 민족의 기상을 표현한 작품이 많다.
전시 개막일인 27일 벽면에 설치한 거대한 화폭에 힘찬 기운의 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친 차드라발 아디야바자르 전 몽골국립현대미술관장은 "말은 몽골의 전통, 역사, 모든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몽골인은 말 위에서 태어나고 말 위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 모든 것의 매개가 되고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차드라발의 설명이다.
몽골의 작품이 강하고 거친 남성적인 느낌이 든다면 호주의 작품에서는 주로 따뜻하고 서정적인 작품들이 소개된다.
말 인형과 말 조각 장식품 수집을 즐기는 호주 작가 이본느 보그는 "호주인들은 말이 자신을 보호해주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말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호주의 작품은 말과 사람의 교감을 보여주거나 말에 얽힌 사연을 시적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파란색 벽에 걸린 `빨간 말`(김점선) 작품 등 화려하고 다양한 작품 속에서 3개국의 특성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전시는 내년 2월3일까지. 에비뉴엘 전층에서도 오는 31일부터 내년 2월24일까지 열린다. ☎ 02-726-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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