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님들을 보면 사회적 신분 상승이나 예외적 위치로 인정받는 대단한 무엇이라도 이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줏돈으로 도박에 빠지고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고 승단 내에서 폭력이 난무해도 책임지는 출가자는 거의 없으니 예외적 위치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는 책을 낸 용화사 주지 성법 스님(57)의 말이다.
성법 스님은 불교의 탄생부터 붓다의 깨달음, 교리 발달사, 수행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전반적 내용을 총망라해 설명했다.
특히 왜곡된 불교 교리와 승가의 잘못된 행태 등 불편한 진실을 솔직히 털어놓고 강하게 비판하고 대안도 제시한다. `까칠한 불교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이유다.
제대로 된 불자라면 음주 운전자로 인해 부모가 죽고, 악덕 기업주로 인해 월급을 못 받고, 의사의 실수로 가족이 식물인간이 됐다고 해도 그냥 참아야 할까.
모든 게 과거의 업 때문이니 이런 상황에서도 참회 기도를 해야 올바른 불자라 하는 한국의 불교 현실에 성법 스님은 일침을 가한다.
"이런 논리라면 중생들은 어떤 고통 속에서도 일체의 불만을 입 밖에 내면 안 됩니다.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고통의 질과 양, 크기, 성격에 관계없이 네 업이니 참고 받아들이고 참회하라는 것은 붓다의 시각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붓다가 얘기한 업은 물에 가라앉는 돌을 뜨게 할 수 없듯이 도대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엇`이라는 뜻입니다."
성법 스님은 한국불교가 염세주의보다 훨씬 위험한 낙관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붓다 입멸 후 1천500여 년이 지나 중국에서 발생한 선불교 선사들의 입에서 나온 "네가 곧 부처다"란 말을 붓다 가르침의 요체로 인식하는 엄청난 착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수행을 하는 데는 무식할수록 유리하니 경전도 보면 안 되고, 세간의 이치와 논리는 하찮은 것이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조차 차단해야 비로소 바른 수행이라는 주장이 판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돈으로 공덕도 살 수 있고, 악업은 보시를 해서 소멸시킬 수 있고, 앞으로 받아야 할 업도 지금 보시를 하면 다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법당을 짓고, 불상을 조성하면 삼대가 복을 받는다고 합니다. 낙관주의적 착시를 신도들에게 오염시켜야 신도들의 보시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성법 스님은 또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한국의 승가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람들이 돈을 쏟아놓고 가는 팔자 좋은 처지로 지낸다. 승가는 해방 이후 타종교인에 비해 너무나도 편안하게 살아왔고 지금은 오히려 돈이 넘쳐 출가정신을 다 망각해 버렸다"면서 교구본사나 전통사찰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보시의 당사자인 재가불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붓다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와 그에 대한 대안이다.
"불교가 더 과학적, 분석적 안목을 갖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인도에서 불교가 거의 소멸했듯이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릅니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같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님들의 불교는 사실 신앙적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에 얼마나 다가섰는가가 그 잣대가 된다는 걸 한국불교는 되새겨야 합니다." 민족사. 304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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