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인 26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함에 따라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일관계는 악화되고, 이에 따른 양국간 정상회담 가능성도 더욱 멀어질 조짐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게 양국간 정상회담이 전혀 없는 한해를 보낸 한국과 일본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의 직격탄을 맞아 한동안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일본의 계속된 `정상회담 개최 구애`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것이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 정부의 노골화한 퇴행적 역사인식과 우경화 흐름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양국간 정상회담 개최는 극적인 반전이 없는한 당분간 성사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우경화 흐름의 가장 상징적인 정치행위로 여겨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예고도 없이 강행함으로써 청와대로서는 한일정상회담은 고사하고 최악의 대일관계까지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원치않는` 현실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7년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신사에 일본 최고 정치지도자가 찾는 것은 과거 침략전쟁을 반성하고 전쟁을 반복하지 않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일본 평화헌법이나 역대 정부의 입장(무라야마 담화 등)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村山)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에 이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의 안중근 의사에 대한 `범죄자` 발언,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소송을 둘러싼 논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이견,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추진 등으로 수렁에 빠진 상황이었다.
다만 아베 총리가 지난 10월 국회답변에서 "일본이 과거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각국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인식은 아베 내각도 같다"며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할 생각"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14일 `한일협력위원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강하게 희망하면서 상황은 다소 호전되는 기미였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일방 선포에 맞서 우리가 제주도 남단의 이어도까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 선포했을 때 일본 정부가 무대응한 것도 일각에서 내년초 전격적인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단초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은 이러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로 양국 정상회담은 상상하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인사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은 커녕 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마당에 한일관계의 정상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 "이웃나라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해서 다른 성숙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대통령 취임 후 첫 8ㆍ15광복절 축사를 통해서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이 한일 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며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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