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국정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관례가 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대통령의 일정 자체가 새삼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까지 보여준 박 대통령 특유의 소통방식이 이른바
‘불통 공방’을 빚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국민에게 집권 2년차 구상과 함께 소통방식의 변화를 알리는 자리가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한결같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통령과 국민 전체가 직접 대면소통을 하는 것은 사실상 미디어를 통한 방식 외에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쌍방향적 요소가 가미되는 것이 회견이나 대담형식이고, 그외 주요 계기를 활용한 담화발표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초기 예외없이 여러차례 기자회견 등의 형식을 빌려 국민과 직접 대면했다. 국민에게 적극 다가서며 일체감 조성을 통한 통치기반 강화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취임후 지금까지 한번도 회견을 갖지않았고, 주요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한 적이 없다. 불통 논란의 배경이다.
그러나 이른바 ‘원칙과 신뢰’를 밀고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국민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도 아닌듯 싶다. 정부출범 초기 정부조직법 처리 문제로 대국민담화를 낸 데 이어 7월까지 언론사 간부들과 잇단 설명회를 갖고 정국현안에 대한 구상과 소회를 세세한 부분까지 풀어내보였다. 비서관회의나 민생현안 방문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간접 전달됐고, 현안설명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소통방식만 다를뿐 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하거나 회피해온 것은 아니라는 청와대 항변의 근거다. ‘불통’을 주장하는 쪽이나 ‘소통방식의 차이’를 주장하는 쪽이나 나름 일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쟁점은 소통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소통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불통’ 공방을 잠재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불통’문제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를 염두에 둔 여야 정치권의 정국전략에 따른 여러 프레임의 하나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에게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 여론에 끌려다니라는 얘기가 아니다.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다시 새겨 몸을 더 낮춰야한다. 당장 불리한 내용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방향의 의미와 예상되는 결과를 진솔되게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어렵고 섬세한 작업일 것이다. 그만큼 방식도 중요하다.
단순전달식 간접소통은 이미 지나간 세대의 낡은 방식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적이고도 직접적인 쌍방향 소통이 국민 대다수에 자리잡은 상황에서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이 전언형식으로 전달되는 그런 방식으로는 국민의 감동도, 이해도 기대하기 어렵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면 할수록 그 ‘원칙과 신뢰’를 국민에게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소통’은 ‘타협’의 동의어가 아니다. 서로간 차이를, 좁힐 수 없는 거리를 서로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소통의 성과인 것이다. 소통이 원칙의 훼손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국정 최고책임자의 대국민 직접소통이 정치적으로 많은 위험요인을 담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민에게 익숙한 소통수단을 통한 직접적이고도 진솔한 대면접근 노력이 가져올 성과를 생각하면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모험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보고싶어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이 그 뜻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밀어주지않으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박 대통령의 신년회견이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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