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지난 한 해 우리나라 보건복지 정책의 뿌리가 될만한 주요 제도를 고치거나 새로 마련하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2월 출범 이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복지전달체계·중증질환 보장·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의 추진·개선 방안을 논의해왔고, 대부분 10월 이전에 관련 정부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실제로 `박근혜표 보건복지`가 실행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새로운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제도는 국회에 발이 묶여 있고, 민감한 이슈인 3대 비급여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은 당초 보다 늦은 내년 초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기초연금안 내년으로 미뤄지면 7월 시행 불투명"= 정부는 지난 9월 25일 고심 끝에 `65세이상 노인 하위 70%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0만~2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초연금안을 발표했다.
이후 지금까지 "모든 노인에 정액 20만원을 약속한 공약 파기",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젊은 세대들이 `역차별` 받는다"는 지적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일단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지난달 25일 기초연금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여야간 입장 차이가 극명해 연말인 지금까지 상임위에서 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않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정부안과 달리 `소득하위 70% 노인 모두에게 2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안까지 따로 제시하며 반발하고 있다. 비록 지난 16일 보건복지위 예산결산심사 소위에서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에 근거한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안(5조2천억원)이 과반으로 의결되긴 했지만, 기초연금법 제정 자체와 관련해서는 여야 합의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많은 노인에게 20만원의 정액을 보장해주는 민주당안은 노인 빈곤 해소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예산`과 `지속 가능성` 부분에서는 약점이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주당의 기초연금법안에 따르면 내년 한 해 예산만 정부안보다 3천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며 "2014~2017년 전체로는 약 3조3천억원의 재원이 더 필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초연금 법령 준비 작업에 적어도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때문에 올해 안에 국회에서 기초연금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초 예정했던 7월 시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 3대 비급여 개선안 이르면 내년 1월께 발표= `3대 비급여` 개선 작업도 다소 지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의료비 부담 완화`를 국민이 체감하려면 비급여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지만 의료계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분이라 진도가 더딘 상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논의된 여러 대안을 바탕으로 원래 올해 안에 정부의 비급여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진행 상황으로 미뤄 내년 1월 정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정책 토론회 등에서 정부와 기획단이 제시한 대안들을 종합해보면, 우선 선택진료제의 경우 완전 폐지 또는 축소가 검토되고 있다. 현재의 의사별 선택진료제도를 없애고 대신 병원 단위의 질 평가 과정을 거쳐 우수 병원에 가산 수가 등 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선택진료제 뼈대를 유지하되 선택진료 대상 의사 수를 줄이거나 검사·영상진단·마취 등 진료지원 과목의 선택진료를 거의 없애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
상급병실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실 비율 하한선을 현행 50%에서 75%로 올리거나, 현재 보통 5~6인실인 일반병실 기준을 종합병원·병원은 4인실, 상급종합병원은 2∼3인실 등으로 높이는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간병비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시범사업 중인 `보호자 없는 병원`을 간호인력 수급문제 등을 감안, 단계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소득 중심 건강보험 개편안도 내년으로= 현재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 각기 다르게 그리고 많은 예외와 복합한 규정에 따라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안도 내년 초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발족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의 의견을 수렴, 올해 말까지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고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국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받는 작업이 한 달 정도 늦춰지면서 전체 일정도 내년으로 넘어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논의의 초점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소득중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로의 단계적 개편`에 맞춰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8월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는 직장인이건 자영업자(지역가입자)이건 가입자의 모든 소득을 따져 보험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소득 중심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준 소득에는 근로소득, 사업소득(부동산 임대소득 포함), 이자·배당소득, 연금소득, 보수 외 근로소득뿐 아니라 양도소득, 상속·증여소득, 4천만원 이하의 금융소득까지 포함됐고, `소득`뿐 아니라 `소비`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걷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현재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보수월액·월급)의 5.89%를 내고, 지역가입자는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연금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과 재산 및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따라서 직장가입자는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낮아 자신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불만이고, 지역가입자는 지역가입자대로 각종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복합하게 계산되는 보험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퇴직 등으로 직장가입자가 소득을 잃었음에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보유 재산 때문에 오히려 보험료가 늘어나는 데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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