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내년 설 명절(1월30-2월1일)을 계기로 특별사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한 데에는 현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다중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취임 후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취임특사나 3·1절, 8ㆍ15 광복절, 성탄절 특사 등이 종종 거론됐지만 박 대통령은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특사의 엄격한 제한이라는 대선공약을 지켜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실제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25일 성탄절을 포함해 연말 및 내년 연초에 특별사면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준비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지금 없으면 (사면은) 없다"고까지 밝혀 이날 박 대통령의 특사 지시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는 우선 박 대통령이 설 특별사면권 행사 방침을 언급하면서 밝힌 이유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이 생활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데 서민들의 어려움을 경감해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설 명절을 계기로 특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표상으로는 경제성장률과 일자리창출 등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감지되지만, 국민이 특히 서민들의 체감도는 이와 괴리가 있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서민들의 삶을 보듬고 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거시경제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계속 나오지만 국민이 실생활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 지표와 체감 간의 `괴리`를 인정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특사 대상에 대해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해 실질적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언급, 대선 당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건 취지는 지키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생활고 등에 따른 범죄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에 대한 `상당 규모`의 특별사면이 예상된다. 이명박 전임 정부 당시인 지난해 설에 이뤄진 특별사면에서는 일반 형사범 중 성폭력·강력·공직부패·보이스피싱·유사수신행위·다액 경제사범에 해당하지 않는 초범 또는 과실범 수형자 540명에 대해 잔여 형집행을 면제하거나 남은 형기의 절반을 감경하는 등 생계형 민생사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일반 형사범 955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했다. 박 대통령의 깜짝 `특별사면`의 또 다른 배경에는 최근 박 대통령에게 밀어닥친 호의적이지 않은 정치 환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48%로, 이 기관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조사한 지난 4월 이후 50%대 아래로 처음으로 떨어졌다. 응답자 가운데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부정적인 평가 비율은 무려 41%로 불어났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연초 대거 발표되는 언론사의 각종 여론조사가 갖는 중요성을 앞두고 이런 흐름에 `반전`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연초에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내년 한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결정하는데 중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만큼, 대선공약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계형 민생사범 특별사면` 카드를 꺼내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찰이 철도파업과 관련해 지난 22일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명목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빈손`으로 나오면서 노(勞)-정(政)간 파열음이 격해지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이번 특별사면 조치가 나온 것도 새겨볼 대목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아끼고 아꼈던` 특별사면 카드가 향후 여론의 향배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가 연말ㆍ연초 정국의 흐름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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