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출범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권 3기 정부가 7남매의 엄마를 국방부의 수장으로 임명한다. 독일 역사상 최초로 여성 국방장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은 15일(현지시간) 현 노동부 장관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55)이 새 국방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메르켈의 뒤를 이을 차기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장관은 각료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자리 중 하나다. 메르켈이 총리에서 물러나면 그가 법적으로나 당내(기독교민주당·CDU) 순위로나 메르켈을 이을 1순위 후보란 얘기다.
우르줄라의 이력은 그러나 군대와는 무관하다. 의사 출신인 그는 독일 내에선 오히려 `저출산 파이터`로 알려졌다. 2009년 노동부 장관에 임명된 뒤 세계 최저 수준인 독일의 출산률을 높이려고 반대세력과의 힘든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성을 출산 기계로 만든다", "남자에게 `기저귀 갈이 인턴십`을 시키지 말라"는 등의 비난을 물리치고 아버지에게도 2개월의 유급 육아휴가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데 성공하며 정치적 입지를 쌓았다.
우르줄라 자신도 7남매의 엄마다. 역시 의사인 남편이 그 대신 자녀를 돌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그는 `워킹맘`들이 육아와 직장 내 경력을 함께 잡을 수 있도록 자신의 남편과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그가 메르켈의 뒤를 잇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당장 국방장관 자리에 앉으면 2011년 징병제가 없어진 뒤 병력난을 겪는 군을 추스르고, 아프간에 파병한 독일군을 감독해야 하는 등 민감한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는 "그가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면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방장관 자리가 그간 많은 이들의 정치 경력을 끝내버린 자리란 점을 생각하면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메르켈은 15일 각료 인선을 발표하며 "우르줄라는 늘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매우 어려운 임무를 맡았지만 그가 잘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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