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 지도자가 제안한 국왕의 총리 임명 방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포괄적 사면법안을 둘러싸고 지난달 초부터 시작돼 태국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반정부 시위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지난 3일 자신의 개혁 구상을 설명하며 앞으로 국왕이 총리를 임명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대체로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탁신 전 총리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과 반정부 시위에 찬성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찬성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 네이션은 5일 수텝 전 부총리의 제안에 대한 학계와 정치권의 찬반양론을 실었다. 반정부 진영에서는 국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방법으로 총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국왕이 총리를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학자들은 국왕의 총리 임명이나 수텝 전 부총리가 제안한 `국민회의` 구성을 가로막는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다며 현 상황에서는 정치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혁을 위한 목적이라면 이 방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텝 전 부총리는 선거를 통하지 않고 국민회의를 구성해 의회를 대신하도록 하고 국민회의가 과도 정부를 조직해 개혁을 추진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수텝 전 부총리의 제안에 반대하는 학자와 언론인들은 국왕에 의한 총리 임명, 국민회의 구성 등이 헌법상 근거가 없고 비민주적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특히 반정부 진영이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고 과도정부를 구성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개혁 방안을 실현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얼마 안 가 친탁신계로부터 또다시 거센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태국은 지난 2008년 보수 기득권 세력이 친탁신 정부를 실각시킨 뒤 현재의 보수 야당인 민주당 정부가 선거를 통하지 않고 의회 투표를 통해 집권하자 친탁신 진영이 지난 2010년 봄 2∼3개월 동안 방콕 중심가를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로 90여명이 숨지고 1천700여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이처럼 현재의 야권이 선거를 통하지 않고 집권하면 또다시 친탁신계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역사의 반복`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네이션은 지난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실각시킨 군사 쿠데타 이후 푸미폰 국왕 자신이 총리를 국왕이 임명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반정부 진영에서는 이른바 `탁신 체제`를 뿌리뽑기 위해 군부가 반정부 시위대의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 등 군부의 개입이나 쿠데타를 조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의 국왕에 의한 총리 임명, 과도정부 구성 주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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