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3)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준비한 `올림픽 프로그램`이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김연아는 5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 첫 공식 훈련에서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Clowns)`를 처음 선보였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미국의 유명한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곡으로 1973년 초연된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에 삽입돼 널리 알려졌다.
화려함을 좇아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중년이 된 여배우가 과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에게 인생을 맡기기로 결심하고 고백했으나 거절당하고는 부르는 곡이다. 옛날 서커스 공연에서 곡예사가 추락하는 등 사고가 났을 때 긴급히 어릿광대를 투입해 웃음으로 아수라장이 된 분위기를 수습하던 것을 여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에 빗댄다.
"내 인생이 엉망이 됐으니 어서 어릿광대를 불러 수습해 달라"고 외치는 것.
회한이 섞인 슬픔을 표현하면서도 약간의 유머를 섞은 곡이지만, 2분50초의 짧은 시간에 필수 과제를 소화하며 이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김연아는 애절함에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
전체적으로 김연아가 표현하는 캐릭터를 즐길 수 있던 예전 연기와 달리 차분하게 분위기에 젖으며 감상할 수 있게 프로그램이 짜여졌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다른 쇼트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관심은 탱고 곡인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프리스케이팅에서 어떻게 해석해 보여줄 것인지로 쏠린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아르헨티나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1959년 작품으로 대표적인 탱고 명곡 중 하나로 꼽힌다.
김연아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탱고 곡과 두 번째 인연을 맺지만, 마찬가지로 예전과는 조금 다른 정서를 표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연아가 2006-2007시즌에 쇼트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록산느의 탱고`는 영화 `물랑 루즈`의 삽입곡으로 이제 갓 시니어에 올라온 어린 선수가 싱싱하게 표현한 관능이 즐거움을 안긴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디오스 노니노`는 열정과 관능 이상의 깊은 이야기를 품은 작품인 만큼 김연아의 우아한 표현이 더해져 색다른 탱고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