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을 선언,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면서 정치권 `빅뱅`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다"며 기성정치권에 대한 대안세력을 표방한 `안철수 신당`의 출현은 새누리당-민주당이 분할해온 양당체제 중심의 현 정치구도에서 다당제로의 재편을 알리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안 의원이 이날 `삶의 정치`를 내세워 좌우를 뛰어넘는 외연확대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신당 창당의 직격탄을 맞게 된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도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영향권에서 일단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 때문에 가깝게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멀게는 향후 총·대선 국면에 이르기까지 여의도 지형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안 의원 스스로 "새정치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며 정치권 지형변화의 `주역`을 자임했다.
`안철수 신당`의 현실화는 일차적으로 야권의 새판짜기 움직임에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야권내 독주체제가 흔들리게 되면서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해 책임있게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간 양보없는 주도권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의 맹주 자리를 둘러싼 양측간 쟁탈전이 정해진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계안 전 의원의 탈당 등 일부 전직 의원들의 이탈 조짐이 감지되는 등 야권의 분열 내지 분화에도 불이 댕겨졌다. 신당이 지방선거 국면을 거치며 어느정도 파괴력을 입증한다면 민주당 밖 원심력이 커지지면서 `탈당 러시` 등 대규모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경우 가뜩이나 존재감 부각에 고전을 면치 못해온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에 대해 "한국 정치사에서 제3세력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 그 파장에 촉각을 세우며 긴장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꾸려지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두 배 가량 상회하고 있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위협적 요소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일단 지방선거까지는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되 차기 총·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관계설정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내에서 헤쳐모여식 `통합신당` 창당론이 솔솔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과 신당의 향후 위상 변화에 따라 연대·통합의 폭과 주도권을 쥐는 주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 야권 전체가 급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대권주자간 경쟁구도도 출렁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내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안철수 신당+민주당내 비노(비노무현) 세력`으로 양분되는 구도가 짜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되는 `경우의 수` 중 하나다. 비노-중도 가치를 공통분모로 한 `안철수-손학규` 연대설이 꾸준히 나도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지방선거에서도 호남을 제외한 수도권 등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전략적 형태의 연대 또는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은 제기된다. 기성정치권과의 차별화를 내세운 안 의원으로선 독자적 깃발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어부지리로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자칫 야권 분열의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안철수 신당이라는 실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찻잔 속 태풍으로 사그라들지 아니면 메가톤급 태풍으로 여의도를 몰아칠지의 분기점이라는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참신한 간판급 인물군 영입과 구체적 비전 제시 여부에 신당의 운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기존에 거론된 민주당 출신 인재풀을 뛰어넘는 인재 수혈에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기성정당의 아류`로 전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내주께 `베일`을 벗게 될 신당 참여 세력들이 면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단기적으로는 야권의 분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단 여유로운 표정으로 향배를 관망하고 있지만,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안 의원의 정치적 근거지가 여권의 지역적 기반인 부산인데다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 뿐 아니라 중도·무당파에 대한 표 확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여권에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안 의원은 이날 이념투쟁이나 극단주의를 경계하면서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각자 존중의 대상이지 적이 아니다"라며 범야권의 틀을 벗어난 `파이 키우기`를 시도했다.
특히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소문으로만 떠돌던 여권내 중도세력 이탈도 현실화된다면 안철수발(發) 정계개편은 그야말로 정치권 전체의 판을 뒤흔들 `뇌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치평론가 유용화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콘텐츠로 민주당과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면서 비전을 제시하면서 유의미한 제3세력임을 입증할지 여부에 신당의 영향력 여하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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