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협상"(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vs. "역사적 실수"(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4일(현지시간) 극적 타결된 이란 핵협상 합의를 놓고 양극단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워싱턴 외교가의 반응은 신중해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어렵사리 일궈낸 `외교적 승리`라고 자축하고 있지만 `핵게임`의 속성을 감안하면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핵동결` 긍정 평가…양국관계 개선에도 영향= 10년 넘게 지속해온 이란 핵 개발에 `제동`을 건 것 자체는 외교적 성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핵심적 제재를 유지한 채 이란으로부터 핵동결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모두 참여한 다자협상의 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미국과 이란 양국이 핵협상과 관련해 `첫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의미를 부여할만한 대목이다.
앞으로 공식적 핵폐기를 이끌어내는 밑거름의 의미도 있지만 각도를 달리해 양국관계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1979년 양국 외교관계가 단절된 두 나라가 핵문제를 고리로 34년만의 관계정상화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핵폐기 합의까지는 험로…북핵 협상 `학습효과`= 그러나 이번 합의를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합의 내용 곳곳에 모호성과 함정이 있어 실질적 핵폐기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일단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잠정합의`다. 6개월 내에 공식적 핵폐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이란 핵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갈뿐더러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북핵 협상의 `학습효과`가 거론된다. 핵동결을 넘어 핵시설을 해체하고 신고와 검증과정을 거쳐 최종적 핵폐기에 이르는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길고도 복잡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합의와 파기를 무수히 반복한 북핵협상의 전례를 감안해 이번에는 더욱더 철저하고 이행 가능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할 부담이 크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 이란이 취할 조치는 대부분 `가역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는 협상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가역적 조치란 언제든지 번복이 가능한 것으로, 협상이 잘못되면 도중에 얼마든지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핵폐기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불가역적` 조치다. 핵시설 핵심부분의 해체와 파괴, 고농축우라늄의 국외반출을 뜻하는 것으로 이란의 핵포기 의지를 가늠해보는 일종의 시험대다.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고난도의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진정한 핵포기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협상은 여기서 깨질 수 밖에 없다.
북한 핵협상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24일(현지시간) "북핵 협상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란 핵협상은 결코 낙관하기 어렵다"며 "결국 북핵 협상의 재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만일 협상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커다란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공화당 내에서는 오바마케어 파행에 따른 국내적 비판론을 모면하기 위해 이란 핵협상 타결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 이란, 제재해제 효과 커…`로하니의 승리` 평가도= 오바마 행정부가 진정한 `외교적 승리`를 거두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란의 로하니 정권은 이번 합의만으로도 경제적으로 큰 숨통을 틔웠다.
공식적인 제재해제 효과는 60∼7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질적 경제적 가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원유 수출규모를 제한하고 서방 에너지기업들의 투자금지 등 핵심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이번 협상타결과 맞물려 부수적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과의 해빙 무드를 감지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주요 산유국이자 중동의 맹주인 이란과의 관계를 다시 모색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제재는 한번 해제되면 다시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 외교소식통은 "이란으로서는 이번 잠정합의만으로도 엄청난 선물을 얻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외견상으로는 `오바마의 승리`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로하니의 승리`로 볼만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 북핵도 협상론 대두 가능성…`회의론` 강해= 이란 핵협상이 북한 핵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이란 핵협상이 진전을 거뒀다는 점에서 북한 핵문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보자는 여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이 이란 핵협상과 비슷한 다자협상 틀인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펴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일정한 압박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란과 북한은 서로 차별화된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쪽으로 워싱턴의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꽤 커 보인다.
이란은 국정 최고지도자가 유엔 무대에 직접 나와 핵협상 용의를 천명했지만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고 핵프로그램을 오히려 증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케네스 배에 이어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의 80대 중반 미국인인 메릴 뉴먼을 억류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야만"(빅터 차 CSIS 한국석좌)이라는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