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치동의 한 연습실. 아홉 명의 걸그룹 멤버들이 옷고름이 달린 개량 한복 원피스에 굽이 있는 `꽃신`을 신고 안무 연습에 한창이다. 그중 한 멤버는 연습 도중 인대가 손상됐지만, 진통제를 맞으며 고군분투 중이었다. 이들은 전원이 새 멤버로 구성돼 3기로 돌아온 걸그룹 LPG. LPG는 신세대 트로트 걸그룹을 표방하며 2005년 4인조로 데뷔했으며 이후 2009-2011년 LPG 2기가 5인조로 활동했다. 3기는 9인조로 확장됐으며 막내와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의 연령 차도 아홉 살이다. 앞서 1, 2기가 미인대회 출신의 평균 신장 170㎝의 멤버로 구성돼 `롱 프리티 걸`로 불렸다면, 이번엔 다양한 매력과 재주를 겸비한 멤버들로 구성돼 트로트 뿐만 아니라 댄스, 알앤비(R&B),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리카는 "트로트를 선보이는 그룹이란 정체성은 유지한다"며 "그러나 멤버 수가 많은 만큼 각자 재능있는 장르가 있으니 유닛(소그룹)으로 힙합, 알앤비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1, 2기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로트 그룹이란 인식이 강해 선뜻 합류가 꺼려졌을 듯하다. 리원은 "대학에서 재즈 비중이 큰 보컬을 전공해 처음엔 트로트에 선입견이 있었다"며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도 달라 고민됐지만 멤버들과 모여 연습을 시작하면서 내 꿈에 다가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걸그룹 에이프릴 키스 출신인 리카는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라며 "LPG는 가요계에서 분명 특화된 측면이 있고 다양한 연령대에 어필할 수 있어 빛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 아버지도 LPG는 아시더라"고 웃었다. 멤버들의 이력도 화려하다. 계명대 무용과를 휴학 중인 라늬는 모델로 활동하던 중 지난해 한일합작 드라마 `레인보우 로즈`에 출연하고 여러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했다. 지난 2011년 에이프릴키스로 데뷔한 리카는 지난해 2월 팀에서 나온 뒤 LPG에 합류했다. 공주사대 사회교육학부를 졸업한 그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연예계 일을 안 하려고 잠시 기간제 교사로 일했는데 꿈이 버려지지 않았다"고 웃었다. 중·고교를 미국에서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아율은 "고대 응원단에서도 활동했다"며 "어린 시절부터 연예인이 꿈이어서 대학에 입학한 후 집안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 음대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2011년 드라마 `강력반`으로 연기자 데뷔를 한 라희는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지난해 일렉트로닉 키보드 밴드 `핑걸스` 멤버로 활동했다. 이 밖에도 수원여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해 한 기획사에서 밴드 준비를 했던 메인 보컬 리원, 모델 생활을 7년간 한 지원,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를 졸업한 송하, 걸그룹 달샤벳으로 연습생 생활을 한 지은,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한 후 홍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한 유주가 있다. 메인 보컬인 유주는 "LPG의 노래 가이드 녹음을 했다가 발탁됐다"고 웃었다. 첫 앨범에는 트로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가미한 노래들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효녀시대`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트로트 풍 댄스곡, `빵야빵야`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세미 트로트, `사랑의 KTX`는 정통 트로트다. 뚜렷한 콘셉트지만 10-20대의 지지를 얻는 여느 아이돌 그룹들과 달라 첫 방송을 마친 후 악성 댓글에도 시달렸다. 송하는 "다른 그룹과 달리 개량 한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어서 조롱하는 악플이 많았다"며 "특색이 있어서 튀기 때문인지 비하하는 글을 보고 속상했다. 하지만 안티 글도 관심이라 여기고 있다"고 웃었다. 이들은 한국 색이 뚜렷한 만큼 일본, 중국 등 해외 무대를 누비며 적극적으로 K-트로트를 알리겠다는 각오다. 다음 달에는 중국 스케줄이 예정돼 있다. 아율은 미국, 라희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리카는 중국과 홍콩, 라니는 일본에서 각각 거주한 경험이 있어 다양한 언어를 소화하는 강점이 있다. 리카는 "일본의 엔카, 프랑스의 샹송이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트로트란 장르가 있다는 걸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며 "요즘 아이돌 그룹의 K팝이 세계 곳곳에서 인기인데 언젠가는 외국 분들이 우리의 트로트를 휴대전화에 담아 듣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웃었다. 라희는 "우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때론 좌절도 경험해 봤다"며 "인생의 꿈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열정을 쏟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