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계기로 빚어진 터키와 이집트 간의 갈등이 외교관계 격하로 이어졌다.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밀접한 관계였던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되자 군부를 맹비난하고 무르시를 전폭 지지했다. 이에 이집트 과도정부는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고 양국은 이미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외교 마찰을 빚었다. 이런 갈등에도 터키 정부는 끊임없이 무르시와 그의 세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에 지지를 보내 이집트 과도정부의 강경 대응이 예고됐다. ◇이집트 "터키, 국가 불안조장 단체 지원했다" = 이집트가 주말에 전격적으로 외교관계 격하를 발표한 것은 에르도안 총리의 최근 발언과 이날 이집트 일간지의 보도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군부로부터 축출당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시위대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군부를 비판한 것에 찬사를 보냈다. 에르도안 총리는 당시 "무르시 대통령이 법정에서 보여준 태도에 박수를 보낸다"며 "그를 법정에 세운 이들은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 가운데 가장 강한 어조로 군부의 무르시 축출과 시위대 유혈 진압을 비난했으며 "이집트의 대통령은 여전히 무르시"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날 이집트 일간지 알와탄은 무슬림형제단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회의를 열고 이집트 군부에 저항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1면에 실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터키 정부는 이집트에서 불안을 조장하는 단체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 단체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무르시를 배출한 무슬림형제단을 지목한 셈이다. 성명은 또 에르도안 총리를 겨냥해 "용납할 수 없고 정당하지 않은 입장을 고집했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관리들과 언론들은 무슬림형제단 간부들이 터키에서 과도정부에 저항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터키 총리 `네 손가락 시위`로 군부 비판=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흑해 인근 도시인 트라브존에서 연설을 하며 이집트 정부의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네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엄지손가락을 접고 나머지 손가락을 펴는 `네 손가락 시위`는 무르시 지지자들이 한 달 넘게 연좌농성을 했던 카이로의 `라바(Rabaa)광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광장의 이름이 아랍어로 네번째란 뜻인 `라비아`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네 손가락을 펴는 것은 무르시를 지지하고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상징으로 통한다. 무르시와 긴밀한 사이였던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8월 처음으로 네 손가락을 들어 보인 이후 자주 이 신호를 사용했다. 그는 이집트의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우리는 나쁜 사람들과의 관계는 주의해서 통제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가 나빠지면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라고만 밝혔다. 이처럼 에르도안 총리를 비롯한 터키 정부가 이집트 군부와 각을 세운 것은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과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에 뿌리를 뒀다는 공통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터키 정부는 에르도안 총리와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르시는 이슬람권에서 민주적 절차인 선거로 집권한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국 관계 개선 쉽지 않을 듯"…내년 선거가 변수= 양국은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으나 이번 외교관계 격하로 냉랭해진 관계가 회복되기에는 다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아랍의 봄`으로 물러난 이후 가장 먼저 이집트를 방문한 외국 정상은 터키 대통령이었다. 무르시 집권 이후 양국의 교역 규모는 30% 가까이 급증했고 터키는 이집트의 대형 프로젝트 26건에 투자하는 등 경제협력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지난 7월 무르시 축출을 계기로 양국 교역은 위축됐다. 터키가 이집트 군부 편에 선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왕정국을 비난하면서 터키로 몰리던 `오일머니` 투자도 영향을 받았다. 터키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터키도 이집트와 외교관계를 대사대리급으로 격하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이집트 정부에 있다고 유감을 밝혔다. 또 이집트가 민주주의와 안정을 되찾고 나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터키 정부의 성명은 이집트 과도정부가 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이집트 과도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터키 외교 소식통은 "양국의 외교가 단절된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계기가 없이는 개선되기 쉽지 않다"며 "이집트 과도정부의 내년 선거 일정도 유동적이라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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