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만큼 달아나려고 한다. 벌써 설악산, 한라산에 눈꽃이 피어 상고대의 장관이 겨울을 알리는 전령으로 다가오니 짧은 가을빛이 힘을 잃어간다. 그래도 가을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곱게 물던 단풍잎이 하나둘 바람에 날리는 산자락을 거닐다 보면 세월의 무상(無常)함이 느껴지고 삭막한 겨울의 문턱이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우리 산악계는 가을이 되면 가장 바쁜 계절이 된다. 9월초부터 시작되는 각 지역 산악단체들의 가을축제가 연이어 개최되고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즐기려는 산악인들이 줄을 잇는 산행 철이라 더욱 그렇다. 지난 10월 27일은 경주 무장산 일대에서 벌어진 ‘2013 무장산 억새산악축제 및 경주시장기타기 등반대회’가 많은 시민들과 산악인들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을 이루며 치러졌다. 신라 천년의 숨결이 고스란히 숨어 있는 이름 난 남산이나 토함산을 마다하고 무장산(624m)을 가을축제 장소로 정한 것이 가을이면 넓은 평원에 은색물결을 이루는 정상 억새평전 때문임은 무장산을 찾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다. 경주시산악연맹이 처음으로 개최하는 산악축제지만 수많은 산악인들이 모여 신라 삼국통일 후 병기와 투구 등을 묻어 놓았다는 무장산(鍪藏山)일대의 흐드러진 억새밭에서 깊어가는 가을정취에 흠뻑 빠진 하루를 즐겼다.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현장이기도 한 이곳에는 한동안 목장으로 운영되던 넓은 초원이 억새평전으로 바뀌면서 전국적 명성을 타 가을이면 이곳 산행들머리인 암곡동 일대가 사람과 차로 몸살을 앓는 명소가 되었다. 산행 코스는 회귀산행으로 짧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 이상 걸리는 결코 만만한 거리는 아니며 주말이 아니래도 산행객이 줄을 이어 정체현상까지 빚어지는 명소가 된 무장산이 우리 지역 최고의 억새 군락지로 자리매김 하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연이어 열린 ‘제5회 황악산악축제’와 ‘제33회 내연산악제’가 지난 3일 김천 황악산과 포항 내연산 일원에서 각각 개최되어 가을축제의 막바지를 장식했다. 같은 날 치러진 두 곳의 산악축제 때문에 경북산악연맹에서는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지만 풍성한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과 불타는 만추(晩秋)산행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황악산등반대회’와 ‘황악산 정상비 제막식’을 겸한 ‘황악산악제’는 김천 직지문화공원에서 산악구조대시범과 초청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많은 김천시민과 산악인들의 갈채를 받았으며 곱게 물던 단풍 숲속의 흥겨운 한마당 어울림으로 막을 내렸다. 1,111m의 황악산은 김천의 진산(鎭山)으로 대가람 직지사(直旨寺)를 품고 있는 속으로 부드러움을 간직한 명산으로 도내에서도 많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산 중의 하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내연산악제’가 도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산악제로 경북 최대도시인 포항의 종산(宗山)인 내연산(內延山) 6개 봉우리가 감싸 안은 내연계곡 끝자락에서 성대히 펼쳐졌다. 신라고찰 보경사(寶鏡寺)를 비롯 내연골 12폭포가 전국의 명승지로 이름을 날리며 깎아지른 암벽과 노송들이 어우러진 내연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가을 산색(山色)에 홀린 산행객들 발걸음이 더욱 가벼운 등산행렬이 줄을 잇는다. ‘제6회 포항시장배 전국등산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가뿐 숨소리가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폭포길마다 응원의 박수소리와 환호가 터지며 산속의 한나절이 환희로 가득 찬다. 자연을 노래하는 산악인들의 멋진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 가을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연출되고 있다. 도 연맹에서 주관하던 행사를 포항시산악연맹에서 넘겨받아 주관한 지가 몇 년째 되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산악인들이 참여하고 더욱 다양한 축제행사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각시군 연맹에서도 산행대회에 동참하였고 화합 어울림마당에서 함께하는 등 명실상부한 경북 최고의 산악제다운 훌륭한 행사가 되었다. 우리연맹 산하 각 시군연맹에서 저마다 특성을 살려 만들어내는 산악축제가 이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산악제를 위해 애써주신 각 시군 산악연맹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관계기관에 감사와 격려를 드리고 싶다. 이렇게 하여 경북산악인들의 가을축제가 아름다운 대단원의 끝을 내리게 되어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진다. 경북산악연맹 수석부회장 김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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