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과 국정원 개혁을 고리로 한 범야권 연석회의가 12일 첫 발을 내디뎠다.
연석회의는 지난해 야권의 대선 패배 후 태동하는 첫 야권연대의 틀이라는 점에서 야권의 새판짜기 움직임과 맞물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정의당+무소속 안철수 의원+α`라는 `신(新)야권대연합`으로 진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연석회의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공동선언을 통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실시와 국정원 개혁입법 추진 등을 결의했다. 온라인 상에서 특검 도입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남재준 국정원장-황교안 법무장관` 등 3인방의 퇴진 서명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현 정국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규정, 국정원 문제를 매개로 대선 후 각개약진하던 범야권이 연석회의라는 `우산` 아래 하나로 뭉친 셈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정치권이 원내에서 특검과 국정원 개혁입법 등을 견인해내고 외부의 시민사회·종교계가 장외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공동전선을 구축, 원내외에서 대여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소설가 황석영씨,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이날 연석회의에 명단을 올린 외부인사 상당수는 그동안 야권의 분열을 경계하며 통합을 강조해온 이들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당장 원내에서 특검 도입을 위한 민주당과 정의당, 안 의원간 3각 정책공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안 의원이 지난 4일 특검 도입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민주당이 `원샷특검`이라는 형태로 이에 화답하며 공동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특검법안은 야권 단일안 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정원 개혁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도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각 정치세력간 세부조율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단 공조의 범위가 국정원 문제로 국한돼 있긴 하지만, 야권이 `종북` 낙인이 찍힌 통합진보당과 결별한 상황에서 이번 연석회의가 `신(新) 야권연대`로 발전하는 모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외부인사들이 `정치공학적 연대`로 비쳐지는데 대한 경계감을 표출하며 "기구 출범이 아닌 회의 개최"라고 선을 긋고 있는데다 각 정치세력간 복잡한 셈법 속에 `동상이몽` 양상도 연출되고 있어 본격적인 선거연대로까지 귀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정의당은 정의당대로 활로를 못찾고 있고 `안철수 신당`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다 같이 나가면 2,3등 싸움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갑갑한 것"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합공천이나 지역을 나누는 등의 과거 방식은 국민동의를 얻기 어렵겠지만, 새로운 상상력을 갖고 모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데에는 일정정도 공감대를 갖고 있지 않는가"라고 선거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독자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안 의원측은 사안별 연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선거연대`나 기구 참여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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