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체계적인 변증법을 주장했고, 이후 그의 변증법을 연구하면서 정반합(正反合)이라는 삼단계 논리 개념이 창조되었다. 정립과 반정립과정을 거쳐 종합적인 논리가 정립된다는 것이다. 헤겔의 철학이 바이블이 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가깝게는 가정에서 정반합을 찾아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야단치는 아빠가 있고, 아이를 달래주는 엄마가 있어서 아이는 올바로 자라가게 된다. 민주주의의 발전도 정반합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정치에 있어서 여당과 야당의 건전한 정책대립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물론 하나의 합(合)이 도출되면 그 즉시 또 하나의 정(正)이 되어 다시 반(反)을 만나 합(合)에 이르게 된다. 이렇듯 계속되는 정반합의 논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전진하며 발전해 간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력산업과 원자력산업에는 정반합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을 더 한다. 예컨데, 밀양송전탑 건설로 빚어진 마찰은 정(正)과 반(反)이 극명하게 나뉜다. 합(合)을 이루기 위한 이해와 타협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반합의 원리는 반(反)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무리 스스로는 완벽하다 주장하더라도 반드시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주장에 반대되는 주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느 한 편의 생각만 주장되면 좌로나 우로 치우치게 된다.
원자력 문제에서도 쉽게 예를 볼 수 있다. 원자력을 둘러싼 숱한 비리와 부조리 사건들은 성장만을 강조하던 시절의 부산물이다. 이제는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대통령도 강조하듯이 비리와 부정부패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건전한 발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또한 한쪽으로 치우치면 우리사회의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正)과 반(反)이 합(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력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대체방안이 없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여 올바른 사용을 통한 이득의 최적화를 꾀해야 하겠다. 원전 계속운전, 사용후연료 관리, 수출, 건설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로 회귀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 세상에 진리란 없다. 다만, 최대한 진리에 근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독재국가에서나 억지 진리가 있을 뿐이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무조건적으로 한 편의 의견만 내세워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반합의 논리를 되새기며, 문제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월성교육훈련센터 교수 허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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