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와 여당이 정치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포괄적인 사면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4일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야당, 시민단체, 학계, 기업계, 대학생 등은 포괄적 사면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4일부터 이번 주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시위, 집회, 성명 등을 계획 중이다.
또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현 정부를 지지해왔던 이른바 `레드 셔츠` 운동가들도 이번 사면 법안 반대 시위에 동참할 태세여서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잉락 정부와 집권 푸어 타이당은 지난 2000년 중반 이후 발생한 군부 쿠데타, 시위 등 정치 사건과 관련해 기소되거나 유죄선고를 받은 정치가, 시민운동가, 시위 가담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면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반(反) 탁신 진영은 이 법안이 탁신 전 총리를 사면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2008년 권력남용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았으며, 형 집행을 면하기 위해 현재까지 해외도피 중이다.
이 사면 법안은 지난 1일 하원을 통과했으며, 이번 달 중으로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자 제 1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 탁신 시민단체, 대학생 등은 주말에 방콕 시내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주말 시위에 이어 4일에도 방콕 중심가에서 반 탁신 시민단체들과 함께 대대적인 시위를 벌여 시내 교통을 마비시키는 한편, 지방으로 시위를 확산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기업관련 단체들도 4일 오전 방콕 중심가인 실롬에 모여 사면 법안 반대를 위한 `호루라기 불기` 시위를 열 예정이다.
주요 대학 중 하나인 탐마삿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도 사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상원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보낼 예정이다.
왕실 가문 70여개도 3일 회의를 열고 사면 법안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정부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에게 이의 승인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친 탁신 단체들도 사면 법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경고 중이다.
친(親) 탁신 진영은 탁신 전 총리의 귀국과 사면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이 법안이 지난 2010년 방콕 대시위의 유혈 진압 관련자들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붉은 옷을 입어 `레드 셔츠`로 불리는 친 탁신 단체들은 2010년 봄 탁신 전 총리의 귀국 허용과 아피싯 웨차치와 당시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2~3개월 동안 방콕 시내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군과 경찰이 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90여명이 숨지고, 1천700여명이 다쳤다.
이 처럼 사면 법안을 둘러싸고 정국 불안이 표면화하자 일각에서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 1야당인 민주당은 현 정권의 대안 세력이 될 만큼 광범위한 지지는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번 반 정부 시위 국면을 어느 정도까지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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