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이집트 과도 정부는 이번 달로 끝나는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 등 이집트 과도정부 관리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이 미국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케리 장관은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부의) 탄압은 부적절하다.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과 다른 세력을 포용해야 한다"며 "이집트 과도 정부는 인권과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야간 통행을 금지한 것 외에는 무력을 동원한 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비상사태는 오는 14일 끝난다. 이집트 과도 정부는 지난 8월14일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와 군경이 충돌한 이후 한 달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이후 두 달 동안 비상사태를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은 이집트 국민의 친구이자 이집트 국가의 친구"라며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한 게 `징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건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집트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인 정부가 들어설 때 양국 관계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며 "이집트에 어려운 도전이 놓여 있다. 이집트 국민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공정한 선거를 촉구했다.
케리 장관이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지난 7월3일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케리 장관이 살인 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무르시 전 대통령 재판 하루 전날 이집트를 방문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이 같은 의혹을 피하고자 대부분 시간을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 있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케리 장관은 또 이집트 과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서도 무르시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모든 재판은 법에 입각해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카이로에 몇 시간 동안 머물다가 이날 오후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나빌 파흐미 이집트 외무장관은 케리 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과거 이집트와 미국 관계가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오늘 케리 장관의 발언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는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자 이집트 정부에 대한 대형 군사장비와 현금 지원을 중단하거나 유보하기로 했다.
구체적 내역은 밝히지 않았으나 5억 달러 상당의 아파치 헬기 10대와 F-16 전투기, M1A1 에이브럼스 전차, 하푼 미사일 등이 이에 해당하고 지원 중단 현금은 2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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