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붐이다. 개봉한 지 수십 년 된 영화들이 극장가에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연말까지 예정된 재개봉 영화들은 적게 잡아도 10여 편에 이른다.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디지털리마스터링 기술의 발전과 저렴한 수입가, 비수기라는 시즌이 맞물리며 과거 인기작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다. ◇ 잇따르는 재개봉 영화들 = 가을 들어 재개봉 첫 테이프를 끊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88) 이래로 재개봉 영화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소피마르소 주연의 `라붐`(1980)이 선보였고, 다음 달 6일에는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재개봉한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들도 잇달아 선보인다. 오는 31일에는 `니키타`(1990)가, 다음 달 21일에는 `제5원소`(1997)가 개봉한다. 내년 초까지 `아틀란티스`(1991) `마지막 전투`(2000), `서브웨이`(1985)가 개봉을 준비 중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 2`(1991)도 다음 달 14일 개봉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러브액츄얼리`(2003)도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아간다. 1990년대 홍콩 시네마를 대표했던 왕자웨이(왕가위·王家衛) 감독의 명작들도 개봉한다.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화양연화`(2000), 무협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동사서독 리덕스`(2008), 도시인의 상실감을 그린 `중경삼림`(1994)도 올 12월께 선보인다. 일본영화 `철도원`(1999)과 `하나와 앨리스`(2004)도 내년 초쯤 개봉을 준비 중이다. ◇ 마케팅비↓·부가판권 시장 활황 = 수입사들이 너도나도 재개봉 영화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마케팅비가 적게 드는 데다가 부가판권 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시네마천국`을 홍보하는 `언니네홍보사`의 이근표 대표는 "영화의 인지도가 높아 새로 론칭하는 영화처럼 홍보할 필요가 없다"며 "영화를 본 사람뿐 아니라 보지 못한 사람까지도 보고 싶어하는 영화여서 마케팅 비용이 신작 영화보다는 높지 않다"고 했다.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시네마천국`은 2만 5천 명을 넘겨 손익분기점(3만 명)에 근접했다.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의 유택현 팀장은 "부가판권 시장까지 생각하면 좀 더 잘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년 초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테스`를 개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입가 자체가 높지 않다는 점도 호재다. 판권료가 최신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필름을 디지털로 변화하는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변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분을 기준으로 2천만 원 정도다. 여기에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도 이런 재개봉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디지털 온라인 영화 시장의 매출규모는 1천2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증가했다. 특히 IPTV와 디지털케이블 TV는 작년보다 51.8% 급증한 78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또, 10-11월 가을 시장이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도 이 같은 복고주의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 `추억 마케팅` 당분간 계속될 듯 = 영화 전문가들은 추억 마케팅에 기반을 둔 영화들의 재개봉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질 높은 다양한 명작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그런 영화를 즐길 수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쿄에 가면 고전영화만 틀어주는 전문극장들도 있다"며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스크린을 싹쓸이하는 게 아니라는 측면에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씨네큐브 극장영화사업팀의 박지예 팀장은 "그저 향수를 자극하는 7080 문화 우려먹기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신작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점이 안타깝다. 재개봉관을 하나 만들어서 그런 영화들을 상시로 상영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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