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틈도 없이 초겨울 문턱으로 성큼 다가섰다. 2013년을 마무리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차츰 시작하는 때다.
주춤한 실적으로 우울했던 뮤지컬계도 1-3분기의 난조를 극복하기 위해 블록버스터급 대형 작품을 앞세워 연말 `파상공세`에 나선다.
수십억원 상당의 의상·LED 영상기술을 동원하는 라이선스 초연,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내한해 선보이는 원어 공연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 의상비 40억원 `위키드` vs 영상·특수효과 45억원 `고스트` = "세계 뮤지컬 역사상 의상에 돈을 가장 많이 들인 공연이다."
지난 28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의 기자간담회에서 협력 의상디자이너 빌리 로치(54)는 이같이 자신했다.
그는 "옷 모자 신발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했다"며 "지금까지 46개 프로덕션과 일을 해봤지만 의상 제작에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5개월 동안 미국, 호주, 영국, 한국 등을 오가며 제작된 의상의 총 제작비는 40억원. 화려한 무대 비주얼로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의 의상비를 수억원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옷들은 디테일한 디자인과 섬세한 바느질로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엘파바`의 블랙 드레스는 360여 겹의 천으로 날렵한 라인을 만들어 냈고, 1900년대 초반 패션을 변형한 모자와 신발도 다채로운 모양새를 뽐냈다.
로치는 원단 6천여 종을 동원하고 금색 자수, 보석 장식으로 멋을 낸 이 의상이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면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을 토대로 만들어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이다.
옷 350벌을 비롯해 수십개의 가발, 장갑, 장신구가 동원되는 만큼, 작품은 토니상, 로런스 올리비에상 등 영미 대표 공연상에서 의상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내한 투어팀의 공연에 이은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이 다음 달 2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나선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
`위키드`가 수공예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을 적극 이용했다면 `고스트`는 최첨단 특수효과를 통한 `관객 홀리기`에 나섰다.
`고스트`는 페트릭 스웨이지(샘 역)와 데미 무어(몰리 역)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을 뮤지컬로 만들어 2011년 영국에서 초연한 작품.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려는 영혼의 이야기인 원작 내용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인 공연이다. 영화가 `자신이 곁에 있음을 알리려고 동전을 움직이는 샘의 영혼` 등 명장면으로 유명한 터라 자칫 어설픈 무대 연출은 관객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거다.
이에 제작사 신시컴퍼니(대표 박명성)는 총 제작비 150억원 중 45억원을 LED영상·무대 자동화 장치 구비를 위해 투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제작사 측은 "영혼이 된 샘이 물건을 움직이는 장면, 샘의 몸에서 영혼이 떠나는 순간, 천국으로 가는 샘의 마지막 모습 등을 `마법 같은 기술`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주원, 아이비, 박지연, 최정원 등이 출연하는 공연으로, 다음 달 24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 현지의 감동 국내 무대로 고스란히 옮기다…`맘마미아` vs `저지 보이스` = 한국어 공연도 좋지만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선보이는 원작이 궁금하다면 11월부터 이어지는 내한 공연을 주목할 만하다.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와 `저지 보이스`가 잇따라 관객을 만나는 것.
세계적인 그룹 아바(ABBA)의 22개 히트곡을 엮어 만든 `맘마미아`는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후 미국 브로드웨이(2001)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45개국 400개 도시에서 공연해 5천400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이다. 국내에서도 2004년부터 꾸준히 공연되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공연은 오는 11월 26일부터 내년 3월2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다.
내년 1월 개막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저지 보이스`는 1960-1970년대를 풍미한 미국 팝밴드 포시즌스(The Four Seasons)의 히트곡으로 엮은 뮤지컬이다.
포시즌스가 결성돼 인기를 누리게 되는 과정을 이들의 히트곡에 엮어 표현한다.
제작진이 포시즌스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뉴저지에 사는 시골뜨기 아이들이 팝스타로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엮었다.
`쉐리(Sherry)`,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 (Can`t Take My Eyes off You)`, `오, 왓 어 나이트 (Oh, What a Night)` 등 이들의 노래 30여 곡이 작품에 담겼다.
2005년 초연해 이듬해 토니상 최고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2009년 로런스 올리비에상 최고작품상을 받으며 영미 최고 권위의 뮤지컬상을 석권했다.
공연은 내년 1월 17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막 오른다.
◇ "고전은 살아있다"…인기 레퍼토리 재공연 = 수십 년간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며 관객의 사랑을 받은 고전 뮤지컬도 잇따라 관객을 찾아온다. `맨 오브 라만차`(11월19일-내년 2월9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와 `아가씨와 건달들`(11월5일-내년 1월5일,BBC씨어터)이 그것.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토대로 한 `맨 오브 라만차`는 1965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초연한 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토니상 5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슈킨의 시처럼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꿈꾸는 돈키호테의 여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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