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 일부 중진들이 22일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승복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대선 개입 논란이 자칫 대선 공정성 및 정통성 공방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아울러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개입 및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황교안 법무장관·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새누리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여야 간 대치 구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국감 시작을 계기로 일견 정상화하는 듯했던 정국이 다시 급속히 냉각되는 양상이다. 중반전에 접어든 국회 국정감사 역시 `대선 개입 논란` 등 정치적 이슈만 부각되는 기형적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동안 `대선 불복`의 태도로 비칠까 조심해온 민주당의 내부 기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보훈처, 군의 총체적 부정선거"라며 "선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선 중진인 설훈 의원도 "지난 대선 자체가 심각한 부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면서 "이 선거 결과가 승복할 수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전날엔 대표까지 지낸 정세균 상임고문이 "지난 대선은 국정원과 군이 개입된 명백한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잇단 대선 불복성 발언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전병헌 원내대표마저 "이 사안의 본질은 유례없는 선거 부정사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수사 외압` 폭로를 거론, "대통령의 사과와 동시에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법무장관, 국정원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모든 책임있는 인사들의 즉각적 퇴진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하면서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선거 결과조차 부인하는 법외(法外) 야당`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사과와 황 법무장관과 남 국정원장 등의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정치 공세일뿐"이라고 일축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대선 패배에 대한 한풀이로 툭하면 대통령 사과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민주당의 못된 버릇으로, 국민이 그러한 행태를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국감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대선 불복 한풀이가 더 거세져 민생·정책 국감이 실종됐다"면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부정선거 운운하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윤 전 팀장의 상부를 겨냥한 수사 상황 폭로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의 하극상, 항명"이라고 비판하고, "검찰 지휘체계가 마치 대지진을 맞은 듯 붕괴돼 폐허가 된 것은 실로 충격"이라며 공석인 검찰총장을 신속히 내정해 조직의 지휘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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