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학자인 노용필(56) 한국사학연구소장은 1996년 도서출판 일조각을 통해 `신라 진흥왕 순수비 연구`를 펴냈다. 진흥왕 순수비의 내용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연구서였다. 노 소장은 이 연구서에서 신라 진흥왕이 재위 중 개국(開國)·태창(太昌)·홍제(鴻濟)라는 연호(年號)를 연이어 채택한 사실에 주목했다. 노 소장은 이를 진흥왕이 중국의 황제 못지않게 권력을 행사했고, 신라 중심의 세계관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했다. 하지만 사대주의에 익숙한 학계의 풍토 탓에 그의 주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한국의 역대 제왕 가운데 중국의 것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연호를 채택했던 왕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과 중국의 역대 제왕의 연호를 비교하며 살펴보던 그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친김에 `한국중국역대 제왕세계연표`를 최근 내놨다. 원래 의도에서 우회한 작업이긴 했으나 평소에도 국내에 제대로 된 연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지녔던 터라 선뜻 나설 수 있었다고 노 소장은 전했다. 노 소장은 이 책에서 한국과 중국의 왕조별 왕위계승도, 연호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연호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찾아보기까지 수록해 역사 사전의 기능도 겸하도록 했다. 요즘 나온 연표가 몇 종 되지만 한국과 중국의 왕조를 대등한 시각에서 정리한 연표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노 소장은 본격적인 집필에만 5년이라는 시간이 들었다고 했다. 중국의 역대 제왕들은 연호에 쓰이는 한자를 벽자(僻字·흔히 쓰지 않는 글자) 중에서도 벽자를 썼기 때문에 연호 정리 작업은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었다. 노 소장은 아울러 이 책에 중국 5호16국, 5대10국 시대에 등장했던 각각의 국가명과 민족, 연대, 멸망시킨 국가명을 부록으로 추가했다. 이밖에 갑자(甲子) 조사표를 만들어 해당 연도의 간지(干支)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간지를 통해 연도를 추적할 수 있는 표도 함께 실었다. 노 소장은 "신라 최치원의 `제왕연대력`이나 고려 때 이승휴의 `제왕운기`는 모두 중국의 지배자들만을 제왕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 두 책에서 공통으로 `제왕`의 칭호를 취해 한국과 중국 역대 제왕의 연표를 정리한 전통을 사학사적으로 잇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사를 미화해서 볼 필요는 없지만 제대로 볼 필요는 있다"면서 "이 책이 사학도들에게 요긴하게 쓰였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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