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소위 `P5+1`과 이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벌인 이틀간의 핵 협상을 16일(현지시간) 마무리하고 내달 7∼8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느 때보다 고무적인 분위기가 관측됐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무함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회의가 끝나고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상이 이뤄졌다"며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의 기초로 대략적인 계획을 제안했고 핵협상 6개 당사국은 이를 중요한 기여로 보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음 회담을 11월 7∼8일 제네바에서 소집하기로 했으며, 실무적인 진전을 위해 사전에 양측의 핵·과학·제재 전문가들이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슈턴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의 논의는 과거 어떤 회의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었다며 이미 몇몇 이슈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이 정해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은 중도 온건 노선을 표방하는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하고서 P5+1과 이란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이란 당국은 협상 첫날인 15일 P5+1을 상대로 자신들의 협상안을 발표했다.
협상안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은 이전보다 훨씬 구체화한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외교관들에 따르면 이란 대표단이 궁극적 `신뢰 구축` 조처로 언급한 제안에는 20% 농축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고, 현재 비축한 20% 농축우라늄 가운데 적어도 일부를 산화 우라늄으로 전용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이란 측 실무 협상을 지휘하는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은 자국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불시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란 대표단을 이끈 자리프 장관은 "(이번 회의가) 우리들의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쪽에서도 협상 결과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발표가 "이전에 보지 못한 수준의 진지함과 구체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 또한 "이란 대표단과 이렇게 열띠고, 세부적이고,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고 제네바 현지에서 전했다.
그러나 양측이 뚜렷하게 입장 차를 좁힌 부분은 없으며, 여전히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이 관계자를 비롯한 외교 소식통들이 밝혔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앞으로 진전이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갈채를 보낼 이유가 없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농축우라늄 생산 중단·고농축우라늄 국외 반출 등의 핵심 쟁점을 두고 서방과 이란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만큼, 10년간 풀지 못한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지난 7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새로운 이란 제재 법안을 몇 주 내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16일 대(對)이란 추가 제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제안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을 평가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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