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국정감사장이 여야가 채택한 증인들로 북적거리지만 막상 이들을 불러세워 묻는 말은 몇 마디에 그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올해도 되풀이 되고 있다.
국감 이틀째인 15일 오후 국회 정무위 국감 회의장에는 불공정거래, 갑을(甲乙)관계 논란 등으로 출석한 기업인 19명이 증인석을 가득 메웠다.
올해는 기업인을 비롯한 채택 증인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정무위는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해 증인 한 명에게 몰아서 질문한 뒤 곧장 귀가토록 했다.
그러나 일부 증인에게만 질문이 집중돼 나머지는 `5분 문답`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들러리` 서야하는 생뚱맞은 장면은 여전했다. 두세 시간을 기다려 증인석에 서더라도 "시간이 없으니 핵심만 답하라"는 의원들의 채근을 받기 일쑤였고, 단답식 `1분 안팎`의 답변이 전부였던 증인들도 상당수였다.
현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한 `황당 사례`도 있었다. 수입차 업계의 담합 의혹과 관련해 채택된 임준성 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발언대에서 "저희 회사는 한성자동차와 관계 없다"고 답변한 이후 질의는 중단됐다.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찾은 증인채택이었다.
산업통상자원위 등 다른 상임위에서도 증인을 무더기 채택한 탓에 자연히 개개인별로는 부실한 문답이 오가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그마저도 의원들의 호통과 추궁, 말 자르기 속에 마지못해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서 증인, 참고인을 채택해 국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가 증인을 부르는 `권능`을 앞세우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감의 효율을 높이는데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꼭 증인출석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문답시간을 여유있게 확보해서 특정 사안에 대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미국의 경우, 국정감사를 별도로 하지는않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주요 현안에 관해 `히어링(청문)`을 할 때는 증인들을 상대로 온종일 회의를 진행하는 점은 참고할만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번 국회 초반에 나타난 `모범 사례`로는 지난 이틀간의 국감에서 몇몇 일반인들이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할애받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 장면이 거론된다.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 국감에는 외국인 노동자인 캄보디아인 딴쏘푼(34)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살인적인 노동과 열악한 인권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같은 날 국회 외통위의 외교부 국감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8) 할머니가, 정무위의 국무조정실 국감에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양금덕(84) 할머니가 각각 참고인으로 출석해 위안부,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보상·사과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16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감사는 국민과 대화하는 자리"라면서 "국민이 대통령, 행정부, 대기업 재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그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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