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듯 안 보여주는 `쫀득쫀득한`한 편집은 계속되겠지만, 사건 맥락을 왜곡하는 편집은 예정에 없다. 화제성만을 노린 진정성 없는 참가자는 방송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엠넷 `슈퍼스타 K5`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이성연 PD의 다짐이다. 실제로 방송 4주차를 앞둔 `슈퍼스타 K5`는 과거와 같은 자극적인 편집이나 최루성 사연 대신 출연자의 음악적 역량을 조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말초적인 즐거움보다는 진정성 담긴 무대로 시청자를 끌어안겠다는 각오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변신 중 = 지난 9일과 16일 전파를 탄 `슈퍼스타 K5`에서는 현직 프로 세션으로 이뤄진 밴드인 `미스터파파`와 `마시따밴드`가 등장해 우리나라 대중음악시장의 과제를 절실하게 드러냈다. 23일 본명 박재한으로 출연한 가수 한경일의 사연은 `한 번 가수는 영원한 가수`라는 심사위원 이승철의 진심 어린 조언을 끌어냈다. 인기의 부침(浮沈) 속에 많은 가수가 대중에게 잊히지만 음악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잃어버리지 말라는 충고다. 이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맥락과 무관한 우스꽝스러운 참가자들을 `전면 배치`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는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들어둔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엠넷이 방송 중인 또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인 `댄싱9`도 마찬가지다. 춤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채택한 이 프로그램은 팀 단위의 경연을 통해 서바이벌의 살벌한 짜릿함보다는 출연자들의 하모니가 빚어내는 무대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 이 같은 경향은 지상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 연예인들의 다이빙 실력을 겨루는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의 신정수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스타들에 대한 `가학`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며 "이러한 마음이 시청자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출연진이 다이빙 훈련을 2개월 이상 해 높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이빙에 도전한 스타들이 고생하는 장면으로 가학적인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진지한 도전기를 담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과 23일 2부작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만난 SBS `슈퍼매치`는 기성 가수들이 노래 경연을 펼치는 형식은 과거 MBC `일밤-나는 가수다`와 같았지만 감상의 포인트는 달랐다. `세기를 넘나드는 세기의 콜라보레이션(합동) 대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슈퍼매치`는 `대결`보다 `콜라보레이션`에 초점을 맞춘 것. `일밤 - 나는 가수다`가 `누가 탈락할 것인가`에 시선이 쏠려 각종 논란을 낳았다면, `슈퍼매치`는 선·후배 가수가 빚어내는 무대 그 자체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두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한 YB 윤도현의 "프로그램이 잘되려면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 가수의 음악적 퀄리티가 중요하다"는 말은 이 같은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인위적인 긴장감 피로 누적…콘텐츠 질로 승부" = 이 같은 경향은 오디션과 경연으로 대표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이 몇 년째 계속되면서 인위적인 긴장감에 대한 대중의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5년 이상 이어지다 보니 대중의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며 "`악마의 편집`처럼 긴장감을 끌어내는 장치가 조금씩 힘을 잃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그 대신 노래, 춤, 다이빙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선보이는 콘텐츠 자체의 `질`로 승부를 겨루기 시작했다는 것. `슈퍼스타 K5` 제작진은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를 이룰 수 있다는 대국민 서바이벌 오디션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그동안 주를 이룬 발라드와 어쿠스틱 외에 헤비메탈, 랩, 아카펠라 등 이전보다 다양해진 음악 장르들로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효리·엄정화·윤미래 등 독설보다는 감성적인 심사평을 주로 내놓은 여성 심사위원 대신 그룹 DJDOC의 이하늘을 심사위원으로 영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밴드 출신의 이승철, 가수 겸 제작자로 활동 중인 윤종신과 함께 댄스·랩·힙합 분야까지 심사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 `댄싱9`의 김용범 CP는 "참가자 사이의 갈등이나 `악마의 편집`보다는 순수한 선의의 경쟁에서 오히려 긴장감이 유발된다"며 "시청자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매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제작진의 의도를 다 알아챈다. 절실한 무대보다 더 좋은 이야깃거리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송가 서바이벌 열풍, 한동안 계속될 것" = 지난 2009년 엠넷 `슈퍼스타 K` 이후 방송가에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이 불어닥친 지도 벌써 5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슈퍼스타 K`를 비롯해 SBS `K팝스타`, 엠넷 `보이스 코리아`, 올리브 `마스터 셰프 코리아` 등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의 사랑과 채찍을 동시에 받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예전만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사실. 엠넷 `슈퍼스타 K5`는 전 시즌 6.3%(닐슨코리아·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보다 1.4%포인트 낮은 4.9%의 시청률로 출발했고, SBS `K팝스타 2`의 결승전 시청률은 시즌 1의 17.6%(닐슨코리아·전국 기준)보다 5.1%포인트 낮은 12.5%를 기록했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당분간 관련 프로그램이 꾸준히 시청자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교석 평론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는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며 "무엇인가에 도전해 성공을 거두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일종의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감성 코드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댄싱9`의 김용범 CP 역시 "서바이벌 오디션과 경연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문자 투표나 직접 도전 등을 통해 참여하는 좋은 포맷"라며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난립하다 보니 시청자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점이 해소된다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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