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까지 이집트 집권세력이던 무슬림형제단은 순식간에 테러단체로 규정됐을 뿐 아니라 최고 지도자까지 잃는 등 존립이 위태로운 처지로 몰락했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 정부가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이래 연일 초강경 대응으로 몰아부치면서 무슬림형제단은 앞 길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 빠졌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무슬림형제단 지도부를 포함해 단원 1천여명을 체포한 데 이어 20일(현지시간)에는 드디어 무함마드 바디에(70) 의장까지 구금했다.
이들은 폭력시위 선동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오는 25일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과도정부가 테러단체로 낙인 찍고 해체를 검토하는 데 이어 갑작스레 지도부까지 와해되자 무슬림형제단은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무슬림형제단이 2인자인 무함마드 에자트(69)를 새 임시 의장으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직후 무슬림형제단은 공식 페이스북에서 에자트 지명 소식을 부인하면서 "무슬림형제단만이 새 의장과 관련한 소식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자유정의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에자트 지명 관련글은 이후 삭제됐다.
무슬림형제단은 일단 평화적 대응을 강조하고 별도의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지 않는 등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이런 절제된 반응은 여론 악화를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무슬림형제단은 줄곧 비폭력·평화적인 대응을 강조해왔지만 일부 시위대가 교회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행동을 하면서 이집트 내 자유·세속주의 세력은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을 향한 이집트 내 부정적 여론은 군부의 언론 선동 전략에 따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강경 진압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퍼뜨렸다.
하다못해 독립 성향 유력 일간지 `알 마스리 알윰`은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지지 시위로 카이로 동물원의 동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보도를 내기까지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국가들의 압박도 무슬림형제단에 부담이다.
걸프 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이 테러단체와 연관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돼 이웃 국가로 세력을 넓혀온 무슬림형제단이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한 이집트 이슬람주의 정권을 지지해온 지역 내 라이벌 터키와 카타르의 영향력을 깎아내리려는 외교적 의도도 맞물려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는 무슬림형제단이 앞으로 어떤 노선을 택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들어선 1981년 이후 이어온 비폭력·평화주의를 유지하면서 선거 등 합법적인 활로를 찾을지, 아니면 알카에다나 다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그룹처럼 폭력 노선으로 전환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짚었다.
무슬림형제단은 평화적인 대응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내고 "바디에 의장은 많은 단원 중 하나다. 그가 체포돼도 우리의 힘이 약해지지는 않는다"며 "이집트 국민들은 군부의 쿠데타와 독재에 맞서 평화 혁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경 노선으로 기울어질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때 새 임시 의장으로 알려진 에자트의 성향에서도 감지된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투옥된 경험이 있으며 `아이언맨`(iron man)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곤 하는 등 강경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 과격단체의 영향을 받을 우려도 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국제 테러조직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집트에서 `성전`을 벌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VOD가 보도했다.
미국 연구기관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섄저는 "이집트 사태는 알카에다에 (영향력을 확대할) 하늘이 내린 기회이자 꿈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브루스 리델도 "합법적인 선거로 선출된 무르시 축출은 `지하드만이 통한다`는 알카에다의 논리를 정당화하며 이 때문에 많은 무슬림형제단원들이 폭력으로 기울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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