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임박하면서 경영계 위기감이 절정에 치닫고 있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뿐 아니라, 영세 하청업체의 노동자들만 실직자로 전락하는 `치킨게임`만 초래할 것이라고 성토한다.4일 경제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이날 본회의에 1호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먼저 올렸다.야당인 국민의힘은 5대 쟁점 법안(노란봉투법·2차 상법 개정안·방송3법)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들의 의석수를 모두 합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 180석이 넘기 때문에 국회 처리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구조조정이나 공장 해외 이전 등 경영 판단도 파업 사유가 된다.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들은 노란봉투법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게 된다. 특히 공정 특성상 1~4차까지 수천개 협력사와 일하는 다층적 하도급 구조를 가진 자동차·조선·건설업 등에선 "1년 내내 임금·단체협약(임단협)만 해야 할 판"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지난달 30일 노란봉투법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산업은 부품 하나라도 공급이 막히면 생산 자체가 중단된다"면서 "1만 개가 넘는 협력업체까지 파업하면 1년 내내 협상만 해야 한다. 굉장히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하청 근로자가 노란봉투법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는 원청(대기업)은 파업 리스크가 적은 하청(협력사)을 선별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대규모 하청업체 구조조정이 벌어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되레 영세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역설적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을 지냈던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으로 하청 노동자에게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법"이라며 "원청 입장에선 (하청 노조가) 파업하면 공급망 문제가 생기다 보니 (해당 하청업체와는) 거래를 안 하게 될 것이고, (도급이 끊긴) 하청업체는 파산하게 된다"며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도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은) 하청업체의 파업 리스크부터 조사하지 않겠나"라며 이른바 `하청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1·2차 벤더(도급사)들은 형편이 낫겠지만, 3·4차 협력업체들은 (원청의) 하도급이 끊기는 순간 부도가 난다. 결국 영세한 하청사와 노동자들만 피해를 입는 꼴"이라고 했다.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국내 진출한 해외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거나,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끌어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이행이 어려워지는 등 한국 산업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해외공장 건설을 반대하는 국내 조선업 노동자 쟁의행위가 가능하게 된다"며 "그러면 마스가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노란봉투법을 공개 반대한 것을 언급하며 "최종적으로 (국내 진출한) 모든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한국에서 아예 철수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플랜을 세울 것"이라고 지적했다.다만 노란봉투법이 당장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6개월의 유예 기간과 경제단체의 헌법소원 청구 등 후속 절차들이 남아있어 연내 시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재계는 향후 보완 입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재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업마다 사내 노사 조직을 통해 노란봉투법 통과를 상정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검토 중이겠지만, 정권 초기에 대외적으로 이를 공표하는 기업은 없지 않겠나"라며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있으니 김영란법, 중대재해처벌법처럼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눈치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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