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은 우리 제조업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산업이지만, 지금 그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외 수요 급감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여기에 미국의 철강관세 50% 인상까지 겹치면서, 철강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고 해야 할 정도다.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새로운 생존전략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고로 기반 철강 생산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친환경 공정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글로벌 철강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명적 기술이다.그러나 이 기술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값싼 무탄소 전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온종일 끊김 없이 막대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지금의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지역 한계 탓에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결국 현시점에서 가장 유효한 대안은 원자력이다.이런 이유로 포스코는 경주에 소형모듈원전(SMR) 1호기 유치에 나섰고, 월성원전의 전력을 수소환원제철에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SMR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차세대 원전으로, 경북도와 경주시, 포스코 간 지난 1일 업무협약 체결은 국내 최초 민간주도 무탄소 전력 기반 산업전환의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특히 포스코가 월성1호기 재가동 또는 월성2·3·4호기의 장기 운전을 환영하는 것은 단순한 전력 구매를 넘어, 원전 전력의 민간 활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월성1호기는 이미 주요 설비 정비를 마친 상태이며, 기술적 재가동 가능성은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수십 년간 KWh당 30원 이하의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경제성도 입증됐다.문제는 제도다. 재생에너지 외 원전 생산 전력의 PPA(전력 직거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다. 정부와 한수원은 전기요금 체계, 형평성, 법적 제약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으나, 시대가 요구하는 실용주의적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명제를 고려하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정부는 이미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개발에 8000억원의 예타를 통과시켰다. 이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제도적·정책적 기반이 병행돼야 한다. 이제는 전기를 만드는 것보다, 전기를 어떻게 산업에 맞춰 유연하게 공급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정부가 원전 정책에 있어 지나친 이념적 판단을 배제하고 실용주의에 기반한 재검토에 나서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성1호기는 8000억원을 투입, 새것에 준하는 수준의 리모델링을 마쳤기에 일정 수준의 절차만 거치면 운전이 가능한 원전이다. 이를 이념적 이유로 조기 폐쇄한 조치는 국가 자산을 낭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필요한 것은 복잡한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재가동 방안이다. 포스코와 같은 민간기업이 자가소비 목적의 무탄소 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용주의 정부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경북도와 포항시 역시 이러한 기반 조성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철강산업 육성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을 살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관세 인상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철강 등 자국 제조업 전체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철강산업 육성은 대한민국 제조업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수소환원제철이 경북 포항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정·관계, 학계, 산업계가 총체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은 에너지 전쟁 시대다. 전기 없이는 반도체,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철강도, 바이오도 없다. `에너지가 곧 국력`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 지금, 정부는 철강산업의 절박한 목소리에 실효성 있는 답을 내놔야 한다. 이재명 실용주의 정부의 대범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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