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타결을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전국 농축산인 단체들은 2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협상 방침에 강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다.단체들은 결의문을 통해 “미국은 오는 8월 1일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 맞서야 할 통상 당국이 오히려 쌀, 쇠고기, 사과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무역 장벽 철폐를 시사하며 농심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앞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농축산물 개방 가능성에 대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 일부 품목에 대한 시장 개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 △사과 등 과일 검역 기준 완화 △유전자변형 감자 수입 허용 △쌀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제한(30개월령 이상)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우려로 도입된 조치로, 현재 한국을 포함해 러시아, 벨라루스만이 유지 중이다.또한 정부는 미국산 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일부 확대도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한 농민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에서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하며, 철강·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관세 인하를 위해 농축산업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통상협상 과정에서 농축산업계와 단 한 차례도 소통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과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의 자세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주요 식량 작물의 관세 인하나 저율관세 물량 확대는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동식물 검역 완화 및 GMO 수입 허용은 국민 먹거리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당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의 민감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실질적인 행동은 없었다”며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농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농민단체들은 만약 정부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행할 경우, 전국적인 대규모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한편,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미국 측의 강한 압박을 현실적으로 외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협상 최종 타결을 앞두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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