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언제나 선에서 시작된다. 흰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첫 획, 붓 끝에서 번지는 선 하나는 작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최초의 흔적이자,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계를 여는 열쇠다. 그 선이 도화지의 경계를 넘는 순간, 미술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예술’이 된다.‘선’은 경계이자 규칙이다. 형식과 전통, 장르와 제도는 오랫동안 예술을 틀 지어 왔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은 그 경계를 넘을 때, 낯선 감각과 자유로운 질문으로 사람의 감정을 흔든다. 렘브란트가 빛으로 인물의 심리를 새겼고, 마티스는 색으로 자유를 선언했다. 그들의 붓은 이미 당대의 규범을 넘고 있었다.모든 위대한 예술은 낯설다. 피카소가 입체주의로 인간의 형체를 부수었을 때,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잭슨 폴록이 액션 페인팅으로 ‘선을 없애버린’ 순간,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단언한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선을 넘는 예술’의 선구자였다. 그들은 기존의 틀을 깨뜨렸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아트, AI 생성 예술, NFT, SNS 기반의 창작은 기존 미술의 개념과 유통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예술은 이제 미술관의 벽을 넘어, 스마트폰 화면과 가상공간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것도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바로 그 질문이 예술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예술은 본질적으로 질문하는 행위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선을 넘는 순간마다 새로이 해석되고 재탄생한다. 경계를 지우는 그 자리에서 감동이 시작되고, 새로운 의미가 자라난다. 고정관념을 깨고, 익숙함을 거부하며, 사회에 묻는 것이 예술의 언어다.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예술을 규정하려 한다. ‘예쁜 그림’ ‘전통적인 기법’ ‘상품성 있는 작품’만을 예술이라 믿는 풍토는 창작자들의 실험과 도전을 가로막는다. 예술은 결코 안전지대에서 피어나는 꽃이 아니다. 비틀거리고, 낙인찍히고, 때로는 오해받으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설 때 진정한 창조가 이루어진다.선은 외부로부터 주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안에 그어놓기도 한다. 창작자는 타인의 시선, 사회의 기준, 제도와 시장이 만든 틀 속에서 스스로 검열하며 물러서곤 한다. 그러나 진짜 예술은 그 선 앞에서 머뭇거리는 대신, 과감히 넘어서려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선을 넘을 것인가, 멈출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예술가는 예술가가 된다.물론 선을 넘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것은 고독과 싸우는 일이며, 때로는 사회적 거부와 외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은 결국 그 선을 넘은 자들이었다. 그들의 흔적이 오늘날 미술관과 책장, 교과서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넘는 것’이 곧 ‘남는 것’이라는 진리를 말해준다.예술은 또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선을 넘는다는 것은 그 시대의 금기를 깨뜨리고, 말할 수 없던 것을 드러내며, 침묵을 말로 바꾸는 일이다. 민중미술이 그러했고,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가 그러했으며, 오늘날의 페미니즘 아트, 기후미술, 정치적 설치작품들 역시 그러하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사회를 보고, 예술로서 세상에 말을 건다.현대사회는 복잡하다. 정답이 없고, 불확실한 세계다. 그래서 예술은 더욱더 필요하다. 단순한 장식이나 감성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인간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도구로서 말이다. 미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고, 감정을 질문하며,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그렇기에 우리는 예술을 보호해야 한다. 예술가가 자유롭게 ‘선을 넘을 수 있는’ 사회, 두려움 없이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제도는 창작의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되며, 시장은 예술의 본질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말아야 한다. 예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바로미터다.선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그 선은 지켜야 할 경계가 아니라, 넘어야 할 가능성이다. 미술은 늘 그 경계선에서 새로운 감각을 낳아왔다. 시대가 요구하는 예술은, 안전한 선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을 넘고 흔들고 질문하는 예술이다.선을 넘는 순간, 예술이 시작된다. 그 위태롭고도 위대한 시작은, 언제나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그 선을 넘는 것이 곧 우리 삶의 본질임을 예술은 말해준다.예술은 비틀린 시선을 허용하고, 낯선 감정을 품어내며,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 선을 넘은 자만이 보는 세계, 그 너머의 세계가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익숙함 속에만 머물 것인가. 불편하고 낯선 경계에 발을 딛는 순간, 예술은 비로소 태어난다. 그리고 그 예술은 우리 안의 잠든 감각을 깨우고,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들춰낸다. 결국 예술은 `사는 것` 그 자체를 묻는다. 오늘 당신은 어디까지 선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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