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안동과 울진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시험지 유출 시도 사건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교육 신뢰의 붕괴를 상징하는 충격적 사건이다. 교사와 학부모, 심지어 학교 행정실장까지 공모한 범죄는 공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렸고, 학생이 학교 담을 넘으며 시험지를 훔치려 한 모습은 오늘날 입시 중심 교육이 얼마나 비정상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이 사건의 공통된 동기는 ‘좋은 성적’이다.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내신을 위해,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인격과 윤리를 저버리는 현실이 벌어졌다. 교육이란 백년대계라 했건만, 지금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점수 앞에 윤리도, 우정도, 의리도 사라졌다.더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의 대응 방식이다. 울진의 한 고등학생이 새벽에 학교를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훔치려 했음에도, 해당 학교는 선도위원회조차 열지 않은 채 자퇴로 사건을 종결했다. 징계 기록이 남지 않는 자퇴는 사실상 ‘범죄 은폐’와 다름없는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이 학생은 처벌 없이 교육 시스템에서 빠져나가고, 동일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키웠다.시험지 유출은 단순한 교칙 위반이 아니다. 입시 경쟁과 직결된 중대한 교육적 범죄이며, 타인의 노력과 정당한 평가 기회를 빼앗는 행위다. 학교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순간, 다른 학생들은 ‘나도 시도했어야 했다’는 왜곡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처럼 교육 현장이 범죄를 용인하거나 회피하는 공간이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교육기관이라 부를 수 없다.경북 안동의 사례처럼 선도위 개최를 통한 퇴학 조치가 내려진 것과 달리, 울진 학교의 처리방식은 형평성과 공정성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더욱이 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관리 책임 회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뒷북치기지만 경북교육청은 학생평가 보안 점검, 출입통제 강화를 포함한 종합 대책을 내놓았고, 도의회 교육위원회도 도민 제보를 받아 입시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예고했다. 교육청은 보안 강화만이 근본 처방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성적만을 추구하는 왜곡된 교육관 시정에 힘써야 한다. 또한, 자퇴라는 방식으로 중대한 교육 범죄를 덮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선도위원회는 단지 징계의 수단이 아닌, 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교정할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장치다. 이 과정을 회피하게 하는 자퇴는 교육적 실패를 공고히 하는 길이며, 이를 방치하는 학교는 또 다른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교육은 아이의 미래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내일을 짓는 과정이다. 범죄를 감추는 학교가 아닌, 그 잘못을 똑바로 가르치고 바로잡는 학교만이 진정한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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