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는 단 5일 만에 경남과 전남, 충남지역을 초토화시켰다. 경남 산청에서만 10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전국적으로는 1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는 물론 수천억 원대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침수, 산사태, 문화재 훼손, 교통 마비까지 극한 기상은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닌 ‘일상화된 위협’으로 다가왔다.지구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 약화와 찬·더운 공기의 충돌은 ‘괴물 구름대’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구름이 머문 서산, 산청, 광주, 가평 등 곳곳에서 ‘200년 빈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나 피해는 단순히 자연의 분노 때문만이 아니었다. 낡은 배수 시스템, 고장난 펌프장, 정비되지 않은 4대강 지류·지천, 대비 없이 멈춰 선 대응 체계가 또 한 번 ‘인재’를 불렀다.특히 대구 북구 도곡동의 침수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같은 이유로 세 번째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자연재난이 아닌 행정의 실패"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100년 빈도’, ‘200년 빈도’라는 표현을 더 이상 ‘면피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과거를 기준으로 삼은 방재 시스템은 무력해졌고, 모든 인프라는 제로베이스에서 재설계돼야 한다.하수관로와 배수시설은 극한 폭우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비되어야 하며, 4대강 본류처럼 지류·지천도 조속히 정비돼야 한다. 또한 국토부의 ‘싱크홀 위험지도’, 환경부의 ‘도시침수지도’와 같은 정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핵심이 되는 자료다. 일각에서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준다며 공개를 꺼리고 반대하는데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공공정보를 사익 때문에 은폐하는 일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정보 공개는 국민의 재산권과 생명권을 보장하는 기본책무이며,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는 지금, 더 이상 “설마 우리 동네는 아닐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할 수 없다. 산청이나 가평이 아닌, 바로 내가 사는 마을이 다음 피해지가 될 수 있다. 기후 재난은 예외가 없는 시대가 되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가 선제적 조치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 재난은 불가피하지만, 인재는 막을 수 있다.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지만, 피해를 줄이는 것은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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