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박정훈기자]
△해양 기관사에서 외식업 CEO로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글로벌 상선에서 기관사로 일하던 김현규.
그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발견한 것은 의외의 장소였다. 바로 각 항구 도시의 작은 식당들이었다.
"배에서 내려 현지 식당에 앉아 있으면, 언어가 달라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외식은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본질적인 언어라는 것을."이 깨달음이 그를 안정된 해상 생활에서 불확실한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2015년 첫 브랜드 `더포(THE Pho)`를 론칭한 그는 현재 13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루아(LUA)의 대표가 됐다.△진정성으로 시작한 첫 도전더포는 김 대표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브랜드였다.
당시 시장에는 간편한 인스턴트 육수를 사용한 쌀국수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뼈를 직접 우려낸 진짜 육수를 고집했다."매출보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고, 가맹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죠."더포의 성공은 단순한 메뉴의 차별화를 넘어 `진정성`과 `소통`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됐다.△13개 브랜드, 하나의 철학현재 루아가 운영하는 브랜드들은 겉보기에는 완전히 다르다.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크로플 전문점 ‘푸푸커피’, 아시아 퓨전 펍 ‘촘촘’, 일식 퓨전음식점 ‘뭄뭄’, 프리미엄 태국 요리 전문점 ‘파쎄오’, 건강 반찬 전문점 ‘더찬’, 고퀄리티 드립커피 전문점 ‘더바나’, 유럽 감성의 브런치카페 ‘일루스터 테이블’, 라멘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엘에이멘’, 어머니의 성함을 걸고 시작한 갈비 전문점 ‘우복금 생갈비’, 과일 전문 브랜드 ‘루츠루츠’, SNS에서 화제를 모은 ‘저세상불쭈꾸미’,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영동미나리’ 등이 그것이다.하지만 모든 브랜드의 중심에는 하나의 공통된 철학이 있다. 바로 `사람 중심`이다."브랜드마다 콘셉트와 타겟은 다르지만, 결국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본질은 같습니다."△폐점률 0%의 비밀루아의 가장 놀라운 성과 중 하나는 폐점률 0%에 가까운 안정적인 운영이다. 이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그 비결은 철저한 파트너십에 있다. 김 대표는 가맹 계약 시 수익성보다 브랜드 철학에 대한 이해도를 우선시한다.
계약 후에도 주방 동선부터 직원 교육, 마케팅까지 함께 고민한다."단순한 프랜차이즈 확장이 아니라 동반자 관계를 지향합니다. 가맹점주들이 성공해야 본사도 성공할 수 있거든요."△위기에서 드러난 진정성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외식업계에 전례 없는 타격을 줬다. 많은 브랜드가 가맹점과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다른 선택을 했다.루아는 긴급 지원금 지급, 임대료 지원, 마스크 기부 캠페인 등을 통해 가맹점주들과 지역사회를 적극 도왔다. 단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 신뢰를 택한 것이다."위기는 기업이 평소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콘텐츠가 된 외식 공간김 대표의 브랜드들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을 넘어 `콘텐츠화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객이 머무는 경험, 직원의 서비스, 조명과 음악, 심지어 매장 내 굿즈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한다."요즘 고객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과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합니다. 그래서 모든 브랜드를 기획할 때부터 이런 요소들을 고려합니다."△글로벌 진출과 새로운 도전루아는 현재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K-푸드 열풍을 타고 베트남, 태국 등 주요 도시 진출을 계획 중이다.
또한 HMR(가정간편식), PB상품, 로컬푸드 연계 등 외식 외 영역으로의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외식업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어요. 우리의 브랜드 철학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외식은 맛이 아니라 관계"김현규 대표는 브랜드 확장보다 브랜드의 깊이에 더 큰 가치를 둔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외식은 단지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의미로 먹느냐`의 문제다."기술이 발달하고 시장이 변해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며 소통하는 본질적 욕구는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욕구를 가장 진정성 있게 충족시켜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바다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이제 13개 브랜드로 확장됐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맛의 언어로 사람을 연결하는 김현규 대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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