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새 정부 들어 동력을 잃고 있다. 애초 거대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 예산 대부분을 삭감했고, 이후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초기 분석이 나오자 동해 가스전을 전 정권 치적용 사업이라고 몰아 세웠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역시 17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 개입, 소통 부족 등 논란이 있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이제 동해 가스전 개발은 현 정권과 민주당의 반대로 해외 투자 유치에 사업을 맡기는 방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에너지 안보와 국가 자원 전략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으로, 국제 정세와 수급 불안이 겹치면 언제든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이 심해자원 탐사 및 개발이다.실제 전 세계 유전 개발의 역사를 돌아보면, 첫 번째 시추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례는 거의 없다. 브라질 앞바다 가이아나의 리자 유전도 14번의 시추 끝에 성공했고,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은 무려 33번째 탐사 시도에서야 발견됐다. 게다가 한국석유공사는 이번 1차 시추에서 석유·가스를 품을 수 있는 석유 시스템의 구조 자체는 확인했다고 밝혔다. 무작정 포기하기보다 최소한 수차례의 시추와 정밀분석이 병행돼야 진정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과거 정권에서 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고, 화석연료이기에 향후 퇴출될 것이란 주장만 앞세우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전 세계가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 물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다.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과거 정부의 유업이라는 이유로 무시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사업의 구조를 조정하더라도 데이터 확보와 시추 지속이라는 본질은 지켜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는 것은 단기적 계산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와 전략적 판단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심해 자원 개발은 긴 여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안보와 주권의 관점에서 이를 인식하고, 정파를 넘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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