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이차전지 산업 등 첨단 기술 산업의 핵심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달려 있다. 전력 없이는 산업도, 기술도, 경제도 움직이지 않는다. 에너지는 더 이상 산업의 부속이 아니라 ‘국력’ 그 자체다.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이유다.이재명 정부 역시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원전이 기저 전력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탈원전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며, 둘을 잘 조화시켜 탈탄소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원전의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한 발언이며, 현실적인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실제로 전 세계는 원전의 전략적 활용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0년 주기로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유럽과 캐나다는 설계 수명에 얽매이지 않고 주기적인 안전 점검을 통해 원전 운전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전 수명 연장을 10년으로 제한해 원전 운영사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일부 원전은 아직도 가동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해체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전력 수급 위기 시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비합리적인 결정이다.인공지능 산업의 확산은 전례 없는 전력 수요를 야기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 붐만 보더라도 몇 년 안에 전력 부족 문제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과 정부는 이미 예비전력의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원전을 해체한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물론 원전의 안전성 확보는 절대적 조건이다. 그러나 기술과 제도가 발전한 지금, 안전성 문제는 관리 가능한 영역에 들어왔다.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엄격한 규제 속에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기존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위기를 넘어설 열쇠다.김 후보자도 인정했듯이,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간헐성과 저장기술의 미비는 여전히 한계다. 태양광과 풍력에만 기댄 에너지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상론일 뿐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 즉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가 지금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다.이재명 정권은 탈원전의 이념보다 현실적 에너지 수급과 국가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력난이 현실이 되는 AI 시대, 원전 해체는 결코 답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은 산업정책이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원자력에 대한 이념적 접근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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