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0여 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준비 상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상 초청장은 최근에서야 발송됐고, 회의장과 만찬장, 미디어센터 등의 인프라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주요국 정상들의 숙소 배정조차 확정되지 않았으며, 국내외 홍보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APEC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등 21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의 다자간 경제협력체다. 이번 회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국 정상들과 공식적으로 마주하는 자리로, 국제무대에서 외교력을 발휘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관세, 무역, 디지털 혁신, 역내 연결성 등 경제 현안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 회의를 통해 실질적인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더욱 크다.그러나 회의 준비에 있어 정부의 대응은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소가 될 만찬장의 공정률은 불과 25%에 불과하고, 미디어센터도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상 악화 등 변수가 더해진다면 완공 지연은 불가피하다. 서울~경주 간 교통편 역시 불편함이 예상되며, 외국 귀빈들이 인천공항에서 서울을 거쳐 KTX를 타고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구조는 국제행사로서는 다소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대구공항 이용 및 무정차 KTX 도입 등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하다.이러한 준비 부족은 자칫 국제사회에 한국의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상회의라는 외교무대는 단지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와 외교적 파트너십이 싹트는 공간이다. 글로벌 CEO들이 모이는 만큼 민간경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행사다. 작은 실수 하나가 향후 경제 협력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정부는 이를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닌 국가 차원의 전략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실무 점검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지만, 그간의 지연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은 ‘초당적 범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 역시 정쟁을 멈추고 국익이라는 대의 아래 APEC 성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또한 해외는 물론 국내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많은 국민이 정상회의 개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화 행사,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행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지역경제와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재명 정부는 이번 APEC을 통해 다자외교의 역량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무대를 통해 한국이 국제 외교의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운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실패한 국제행사가 아닌, 국격을 높이는 성공적인 APEC 회의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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