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비쿠폰과 재난지원금을 대규모로 쏟아부었다.외식, 숙박, 문화, 전통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쿠폰과 할인 혜택이 제공되었고, 국민들은 잠시 동안 소비를 늘리며 경제 활성화를 경험했다.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조치였기에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된다.그러나 이러한 소비쿠폰 정책은 점점 ‘중독’에 가까운 반복을 낳았다.정부가 소비쿠폰을 쓸 때마다 국민은 “언젠가 또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소비를 미루거나 단기간에 몰아서 쓰는 경향이 커졌다.결과적으로 소비는 정책에 의존하게 되었고, 쿠폰이 사라지면 곧바로 소비절벽이 나타났다.경제가 자생력을 잃고 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소비쿠폰 중독’ 상태가 된 것이다.이뿐만 아니라 소비쿠폰은 재정 건전성에도 큰 부담을 주었다.매년 막대한 예산이 쿠폰과 지원금으로 투입되면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채무가 늘어났다.결국 이 비용은 미래 세대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한편, 일시적 지원에 기대어 근본적인 경영 개선 없이 단기 매출에만 의존하는 자영업자들도 많아졌다.이로 인해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자생적 경쟁력도 약화됐다.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노년층과 취약계층은 쿠폰 사용에서 배제되는 일이 잦았다.이러한 역차별 문제는 ‘전 국민 보편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와도 어긋난다.소비쿠폰 정책은 형평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복해서 소비쿠폰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단기적 소비 진작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하다 보니,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와 개혁에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문제는 경제뿐만이 아니다.반복되는 현금성 지원은 국민의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또 쿠폰이 나오면 그때 쓰겠다”는 태도가 습관처럼 자리 잡으면서 소비의 자발성과 계획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국가가 주는 일회성 혜택이 생활의 일부가 되고, 개인의 책임과 판단이 흐려진다.이런 기대 심리가 쌓이면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냉소와 불신이 고착되는 것이다.소비쿠폰의 남발은 자영업자들의 경영 전략에도 왜곡을 일으킨다.어떤 업종은 쿠폰이 풀리는 기간에만 반짝 매출을 올리고, 이후에는 매장을 닫거나 인력을 줄인다.쿠폰을 쓸 수 없는 업종과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이렇게 형성된 불균형은 지역 상권과 업종 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결국 시장 질서를 흔들어 놓는다.물론 정부가 국민의 어려움을 모른 체할 수는 없다.하지만 매번 같은 방식으로 단기적 수요만 자극하는 지원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이제는 달라져야 한다.소비쿠폰이 잠시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어도, 경제의 근본 체력을 키워주지는 못한다.생산성 향상, 노동시장 구조 개혁, 디지털 격차 해소, 그리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정책은 국민의 단기 욕구를 채우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국민 모두가 정부 정책에 신뢰를 갖고, 경제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다.소비쿠폰은 ‘호흡기’일 뿐이다.그 호흡기에 너무 오래 기대면 자칫 스스로 숨 쉬는 힘을 잃게 된다.한국 경제가 다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독’을 끊고 근본 대책을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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