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의 스토리텔링이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고 있다. 한때는 6·25전쟁의 뼈아픈 상흔이 남겨진 ‘호국의 도시’로만 알려졌던 칠곡이 이제는 아픈 역사를 치유의 자산으로 승화시키며, 문화와 관광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이번에 조명을 받은 사례는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 홀리 페스티벌’이다. 수도원의 고요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문화와 관광을 조화롭게 접목한 이번 행사는 전국에서 찾아온 1만2천여 명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칠곡군이 수도원의 엄숙함 위에 감성의 색을 덧입히고, 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 것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매우 창의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칠곡군은 이미 노년층의 삶을 조명하며, 할머니 랩댄스 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성공으로 고령사회 속 따뜻한 희망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는 칠곡을 전국 최고의 ‘할머니들의 천국’으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노인을 소외의 대상으로만 보던 사회적 시선을 반전시켰다. 마찬가지로 이번 수도원 문화축제 역시 천주교라는 종교적 상징성과 그 속에 깃든 고요한 영성을 현대적 감성과 감각으로 풀어내며 ‘천주교 문화유산+관광’이라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빛으로 물든 성당, 감성에 홀리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축제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살이 수도원을 오색의 그림자로 물들이고, 밤에는 성당 야경이 관람객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소향과 DK의 축하공연, 감성 버스킹, 수도복 체험, 스토리북 투어, 그리고 이해인 수녀의 토크콘서트까지... 종교와 일상, 과거와 현재, 침묵과 감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구성은 칠곡군의 기획력과 문화철학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무엇보다 수도원을 ‘쉼과 사색의 공간’으로 변모시킨 승효상 작가의 문화영성센터 개방은 이번 축제에 깊이를 더했다. 고요함 속 치유와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수도원은 종교를 넘어 마음의 안식처로 다가왔다.이는 불교의 템플스테이가 전통문화와 자연, 영성을 아우르는 힐링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과 유사한 궤적이라 할 수 있다.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왜관역에서 내린 방문객들은 인근의 상점을 찾았고, 할인 이벤트를 통해 칠곡의 숨겨진 맛집과 소상공인들이 다시 주목받았다. 천주교 성지순례지를 감성 여행지로 탈바꿈시키는 이번 시도는 문화적 콘텐츠가 곧 지역경제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실증 사례다.칠곡군은 이제 가실성당, 한티가는길 등으로 그 외연을 넓히려 한다. 이는 종교 유산이 머무는 유산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재욱 군수가 말했듯, 수도원이 힐링과 회복의 일상 공간으로 국민 곁에 다가서는 그날까지, 칠곡의 스토리텔링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지역의 진심, 문화 유산의 힘, 그리고 기획의 창의성이 맞닿을 때, 도시의 경쟁력은 자연스레 빛난다. 칠곡이 그 길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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